증권
첫날 공모가 하회…리츠 옥석가리기 시작됐다
입력 2020-07-16 17:38  | 수정 2020-08-05 11:44
◆ 레이더 M ◆
연내 2조원 규모 공모 리츠가 증시 입성을 예고하고 있다. 2001년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 이후 연간 기준 최대 규모다. 그간 고작 7개에 그쳤던 공모 상장 리츠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확 넓어졌지만 그만큼 공급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상품이 다양해지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리츠의 기초자산, 구성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첫 거래가 이뤄진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이지스밸류리츠)는 시가 대비 8.13% 하락한 4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해당 리츠는 올해 증시에 입성한 첫 상품이다.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가 상장 첫날 상한가로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출발이라는 평가다.
이날 주가 약세는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했다. 기관이 약 58억원, 외국인이 56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업계에서는 이 상품의 입지와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맞물려 매도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이지스밸류리츠를 시작으로 8개의 리츠가 연내에 상장될 예정이라 여러 선택지를 두고 '일단 관망'을 선택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배당주보다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 리츠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8%의 배당률을 내세우는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리츠 간 차이가 있는 만큼 다른 리츠 주에 관심이 몰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내려간 만큼 높아진 배당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첫 상장 리츠인 이지스밸류리츠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태평로빌딩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태평로빌딩은 과거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옥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 빌딩은 바로 옆 옛 삼성본관과 함께 태평로 일대의 대표적인 알짜배기 빌딩으로 손꼽혔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이지스밸류리츠의 예상 배당 수익률은 10년간 연 6.45%다. 올해 처음으로 증시 문을 두드린 리츠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돌면서 '묻지 마'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지난해 말 상장한 리츠 두 개가 상장 직후 크게 오르면서 리츠는 들어가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실물경제가 얼어붙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부터는 각 리츠의 투자 전략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츠 운용사들은 자사 리츠가 연 5~8%의 배당을 약속한다고 하지만 임대차계약이 중도에 종료되거나, 재간접 리츠는 리츠가 투자하는 펀드가 기초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약속했던 배당 수익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재간접 리츠는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매입한 게 아니라, 언젠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펀드의 지분에 투자하기 때문에 자산 변동이 비교적 잦을 수 있다.
또 리츠가 약속하는 배당 수익률이 시가 기준이 아니라 공모가(대부분 5000원) 기준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당 수익률에 그칠 수 있다. 자산 추가 편입 가능성으로 대표되는 리츠의 성장성도 살펴야 한다.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과 유동성도 중요하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츠 기초자산이 위치한 시장의 거래량이 풍부해야 엑시트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본부 관계자는 "현재 출시 예정된 리츠 상품 가운데 기관의 선택을 받지 못해 공모 리츠로 돌린 것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리츠 주가에 일반주 투자처럼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연구원은 "리츠주의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애초부터 자산 가격 선정이 잘못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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