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버지 죽였다" 조현병 아들 무죄…법원 "증거불충분"
입력 2020-07-16 11:51  | 수정 2020-07-23 12:05

술을 마시다 환각에 사로잡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을 앓는 아들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외상성 두부 손상이었으나 아들의 손이나 팔에 두부 손상을 일으킬만한 외력을 가한 흔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음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재판장 윤정인)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34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어제(15일) 밝혔습니다.

조현병 환자인 A 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1시 정선군 한 민박집에서 아버지 60살 B 씨, 친척 할아버지와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아버지 B 씨를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폭행 직후 112에 "아버지를 때렸다"며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B 씨는 민박집 마당에 많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고, A 씨는 민박집 3층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체포 후에도 "내가 멱살을 잡아다가 끊어 버렸다. 내가 죽였다. 나는 죄가 없어. 감방 한 번 갑시다. 내가 잘못했네. 사람 죽였다"라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습니다.

A 씨의 손에는 멍이 든 흔적이 없었고, 오른 손가락과 상의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재판부는 '두부 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폭행이라면 A 씨의 주먹에도 상당한 충격으로 상해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부검의 진술을 통해 A 씨의 손이나 팔에 두부 손상을 일으킬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발로 심하게 폭행했다면 발 쪽에도 혈액이 묻을 가능성이 크지만, A 씨가 발견된 민박집 3층까지 계단이나 마당 주변 등 이동 경로에서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된 두부 손상이 이러한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A 씨가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112에 허위신고를 한 점을 들어 "112 신고 당시나 그 직후 경찰에서 한 피고인의 진술을 진지한 범행의 자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일한 목격자인 친척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중상해를 입은 점, 피해자가 추락했을 가능성 등 다른 사망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A 씨가 이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 중 목숨을 끊으려고 2층에서 뛰어내려 1층에 있던 수형자의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상)에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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