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폼페이오, 시진핑 저격?…`곰돌이 푸` 가지고 노는 반려견 사진 올려
입력 2020-07-16 10:47  | 수정 2020-07-24 11:37

미국 '대선 핵심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유명인사들의 트위터가 줄줄이 해킹당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의식한 듯한 반려견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반려견인 리트리버 종 '메르세르(Mercer)'가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서 곰돌이 푸 인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장관은 "메르세르와 메르세르가 좋아하는 모든 인형들"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곰돌이 푸 인형이 가장 크게 초점이 맞춰져 등장한다. 사진을 보면 메르세르가 곰돌이 푸 인형을 바닥에서 굴리며 장난감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올린 강아지 사진은 중국 본토 정부 압박 속에 홍콩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온 20대 청년 조슈아 웡이 "와우(WOW)"라는 환호의 짧은 메시지를 올리며 리트윗하는 등 미국 내외 눈길을 잡아끌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은 장관의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박수치는 영상을 올려 우회적으로 호응했다.
장관의 트위터 사진은 단순히 강아지 사랑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제 정세 상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곰돌이 푸 인형과 관련해 BBC등 외신은 푸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전했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을 풍자하는 캐릭터로 자주 활용돼왔다. 지난 2013년 6월,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캘리포니아랜초미라지 서니랜즈에서 '노 넥타이 회동'을 해 두 정상 간 친분을 강조한 바 있는 데 당시 세간에서는 시 주석이 '곰돌이 푸'를, 키가 크고 홀쭉한 오바마 대통령은 곰돌이 푸에 등장하는 '티거'를 닮았다는 평이 나왔다. 이후로도 두 정상은 종종 푸와 티거 캐릭터로 표현되기도 했다.
통통한 노란 색 몸 위에 빨간 색 셔츠를 걸치고 다니는 곰돌이 푸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국 디즈니 사가 만든 위니 더 푸 (Winnie-the-Pooh) 만화 주인공이다. 수십년 간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시 주석을 곰돌이 푸로 비유해 풍자하는 행위가 인기를 끌자 언론 탄압이 있는 중국에서는 이를 검열하고 금기로 치부해왔다. 다만 홍콩에서는 시민들이 지난 1일 발표된 '홍콩 국가보안법'과 중국 본토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 해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중국 신병인도법(송환법)' 과 시 주석을 위시한 중국 본토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당시에도 곰돌이 푸 캐릭터를 쓰기도 했다. 같은 해 앞서 대만에서는 레드캔들이라는 업체가 '디보션(Devotion)'이라는 게임을 출시했는데 게임 화면 배경인 부적에 '시진핑 곰돌이 푸'를 연상시키는 글자가 떴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퇴출됐다. '중국판 트위터'로 통하는 웨이보에서는 곰돌이 푸와 관련된 '위니(Winnie)'단어를 검색하면 "일부 결과가 생략되었습니다"라는 표시와 함께 정부가 승인한 미디어나 인증을 받은 계정만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15일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반려견 메르세르 사진은 이날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을 다룰 때 중국이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중국을 있는 그대로 다뤄야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더 눈길을 끄는 모양새다. 사진은 메르세르가 바닥에서 곰돌이 푸를 굴리며 장난감으로 가지고 논 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 제재 방침도 밝혔다. 장관은 '영국·덴마크 방문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화웨이라는 기업에 대해 (다른 중국 관료에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권 남용 혐의를 적용해 미국 비자를 제한할 것"이라면서 "화웨이와 손잡은 다른 기업들은 자신들이 인권 남용 업체와 일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틱톡과 위챗 뿐 아니라 다른 중국 기술 기업도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관은 "곧(shortly) 워싱턴이 중국 통신업계에 대한 미국시민의 정보를 보호하는 조치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틱톡 뿐 아니라 다른 중국 통신플랫폼이든, 앱이든 뭐든 우리 정부는 미국인의 정보를 중국 공산당의 손에 닿지 않게 하려는 이 조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부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중국을 피해 미국으로 돌아갔던 1200여명의 외교 인력 중 100여명이 일단 중국 복귀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출발한 한국 서울을 경유한 후 중국 광저우로 향한다. 이번 복귀는 앞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BS 뉴스에서 "시 주석과 대화할 생각은 없다. 미·중 2단계 협상도 관심없다"면서 중국 제재를 발표한 후에 나온 소식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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