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보험영업 90% 여전히 대면 의존…`디지털 전환` 속도내야
입력 2020-07-15 17:44  | 수정 2020-07-15 17:45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 간 이동이 제한되는 '격리경제'가 등장하면서 보험 산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대면 영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는 실적의 98%, 손해보험사는 87.8%를 대면 채널을 통해 거둬들였다. 생보사의 경우 비대면(언택트) 채널(텔레마케팅·홈쇼핑 등) 의존도가 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연금이나 종신보험 등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상품은 대면 채널이 판매에 보다 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향 강화는 국내 보험사들의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향후 고객 접점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악화는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며 보험회사 투자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상황이다. 보험사 실적은 크게 보험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 부문과 보험료 적립금의 투자에서 발생하는 투자수익 부문으로 나뉜다. 저금리 심화로 생보사의 경우 투자수익이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이차역마진 현상이 만성화되고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고금리 계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손해보험은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손해율 악화를 그나마 투자수익으로 보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금리 하락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의 부진이 금융시장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는 보험업의 디지털화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면 영업의 제약으로 비대면 채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데다 인력이 집중된 콜센터가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클라우드 활용도 증가하고 있다. 챗봇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한 신기술 도입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중심의 사업구조도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해외 대형 보험사들은 고령화·저성장의 뉴노멀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건강관리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보험의 디지털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혜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인이 필요할 때에만 보장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 형태 보험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행동 기반 보험상품처럼 소비자 행위에 따른 위험을 평가해 보험료를 산출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상담이 가능해지고 스마트 기기 등을 이용한 실시간 위험 관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투자수익과 영업 판로 모두 막혀…보험료·판매채널 규제개선 시급
38개 보험사 CEO 설문조사
코로나19 사태로 보험 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융 감독당국이 보험료 가격 규제와 판매 채널 규제 등을 시급히 정비해줄 것을 건의했다. 규제를 완화하는 형태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달라는 주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25개 생명보험사, 13개 손해보험사 등 총 38개 보험사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 17명의 CEO가 '보험료 가격 규제 완화'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은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건의 사항은 16명의 CEO가 제기한 '판매 채널 규제 정비'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관련된 채널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험사 CEO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추진할 경영 과제로 '신기술 활용 제고'(21%), '판매 채널 정비'(21%), '자산 운용 역량 강화'(19%) 등을 꼽았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는 저금리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자산 운용 역량 강화'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고, 손보사는 손해율과 모럴 해저드 관리에 대한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 CEO들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장기 경영 과제로 '신시장 기반 조성'(27%)과 '디지털 기반 확대'(24%), '보험 신뢰 회복'(23%) 등을 거론했다. 특히 많은 CEO가 보험 신뢰 회복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 정리 =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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