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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된 `코로나 이자유예`…은행 "끝내자"
입력 2020-07-14 17:23  | 수정 2020-07-14 19:40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지난 4월 본격 도입됐지만 해당 조치를 연장하자니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급기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조치를 종료해줄 것을 건의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9월 전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조치에 대해 정상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8일 열린 금융당국과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간담회에서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지닌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9월 이후에도 지속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은행들도 이견이 없지만, 이자상환 유예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조치 연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자상환 유예는 무작정 연장하기에는 내년부터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고심되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이들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에서 금융위 주도로 지난 4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올해 9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에 대해 최소 6개월 이상 만기 연장이나 이자 납입을 유예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은행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이자상환 유예가 오히려 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했다면 이미 부실 한계선상에 도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나중에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돌아왔을 때 대출 원금까지 포함해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할 소지가 있다.

특히 여신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매달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 대출받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와 관계없이 한계기업이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연명하면서 부실 시점만 늦추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9월 이후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연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라며 "다음달쯤에는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출 현장에서도 이자상환 유예는 대출 만기 연장에 비해 '온도차'가 존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NH농협·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접수한 이자상환 유예 신청은 모두 4915건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467억4100만원 수준이다. 6개 시중은행에서 접수한 대출 만기 연장 신청이 11만4658건(33조8822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상환 유예 신청 건수가 20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것이다.
유독 이자상환 유예 신청이 저조한 것은 대출 차주인 중소기업·소상공인들 수요가 적었던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를 소멸시키는 게 아니고 몇 개월 뒤로 미룰 뿐이기 때문에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굳이 이자 납입 유예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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