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보 커뮤니티 "이순신 관노와 잠자리, 제사 지내지 말아야하나"
입력 2020-07-12 11:41  | 수정 2020-07-19 12:07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일부 진보 커뮤니티에서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사안의 정당화를 위해 이순신 장군까지 소환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커뮤니티로 꼽히는 '클리앙'에선 지난 11일 오후 한 회원이 올린 박 시장 추모 글에 "한 사람의 치열한 인생이 이렇게 도덕적 재단으로 다 날려가는 건가"라며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은 31개의 추천수를 기록했다.
해당 댓글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비판을 받는 중이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의 노비와 2020년 대한민국 여비서를 비교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후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댓글을 소개하며 "박 시장 보호를 위해 이순신 장군까지 들먹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진영 논객 사이에서도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고소인에 대한 2차 피해 등이 들린다. 그것은 잘못되었다"며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어느 경우라도 박 시장 선택은 그의 선택이기에 고소인은 죄책감을 갖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가해 사실이 확실하다고 가정한다면, 같이 보살펴야 할 이는 피해자"라면서 "이 경우라면 특정해서 진정한 사과를 남겼기를(바란다)"고 했다. 시민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역할을 한 정당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공(功)7, 과(過) 3? 이거 박정희, 전두환 옹호하던 이들이 펴던 논리"라면서 "이 사안에 적용해야 할 것은 늘 이쪽(민주당)에서 주장해 왔던 그 원칙, 즉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에게 '그 분은 공이 크니 네가 참고 넘어가렴'이라고 할 것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대대적인 추모 열기를 보이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윤식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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