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언제 문 여나…" 강원랜드 장기 휴장에 폐광지역 `휘청`
입력 2020-07-10 18:44 
코로나 여파로 강원랜드가 4개월 넘게 장기 휴장하면서 상가가 몰려 있는 정선 고한야한구공탄시장이 오가는 이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상가는 아예 문을 닫았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코로나19 여파로 강원랜드 휴장이 장기화되면서 폐광지역이 휘청이고 있다. 강원랜드 방문객 의존도가 높은 주변 상권은 이미 초토화됐고, 당기순이익 일부로 지급되던 공공재원 마저 전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자체도 속을 태우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3일부터 현재까지 4개월 넘게 휴장을 이어가고 있다. 호텔은 물론 리조트 시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밸리콘도와 힐콘도는 휴장 상태고, 마운틴콘도는 일부 객실만 가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원랜드 직원 37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00여명에 대해 유급 휴업 조치가 내려졌다.
강원랜드는 테이블게임은 물론 1360대의 머신과 208석의 전자테이블에 '비말 가림막'을 설치하고, 칩스 전용 살균기를 도입하는 등 재개장에 대비하고 있지만 시기는 불투명하다. 수도권은 물론 광주와 대전 등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언제 다시 문 열지 모르는 상황 속에 사상 첫 적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원 정선 주민단체인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가 추산한 강원랜드 매출 손실액은 현재까지 5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매출(1조5200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이 상태로라면 설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 여름은 하이원 워터월드(물놀이 시설)도 개장이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여파로 강원랜드가 4개월 넘게 장기 휴장하면서 상가가 몰려 있는 정선 고한야한구공탄시장이 오가는 이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상가는 아예 문을 닫았다. [사진 제공 = 강원랜드]
지역사회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강원랜드가 가져다 주는 낙수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랜드가 매년 지역에 납부하는 '폐광기금'이 적자 운영으로 '0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당기 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낸다. 순이익을 내야 폐광기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폐광기금은 1452억원이었다. 이는 강원 태백, 정선, 영월, 삼척뿐 아니라 충남 보령, 전남 화순, 경북 문경 등 전국 폐광지역 7개 시·군의 개발사업 재원으로 쓰인다. 강원 정선군 관계자는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폐광기금이 전혀 없을 수 있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내년 폐광기금 집행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강원랜드가 장기간 휴장하는 사이 주변 사북·고한읍 상가들은 극심한 영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곳 상권은 강원랜드 방문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숙박업소는 카지노 이용 장기 투숙객이 주 고객층이고, 음식점 역시 80% 정도가 강원랜드 방문객들이다.
지역 주민단체가 지난 4월 일대 470개 상가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사북지역 숙박업소 69%가 전면 휴업 상태였다. 음식점은 39%가 전면 휴업, 16%가 부분 영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한지역 역시 음식점 27%가 전면 휴업, 31%가 부분 영업 중이었다. 숙박업은 대부분 정상 영업 중이었으나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개점 휴업' 상태였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동인구가 없다보니 상점가는 썰렁하고 일부는 불황을 견디다 못해 종업원을 대폭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고한읍의 한 대형 식당도 120석 규모 홀이 수개월째 텅텅 비었다. 업주 윤숙희씨(48)는 "주말에 1팀이 올까 말까 한 상황이고 1팀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1주 단위로 고기를 받아 쓰는데 손님이 없다보니 최근 3개월 가까이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다른 식당 종업원은 "손님은 강원랜드 직원이 전부"라며 "뚜렷한 대안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 쉬었다.
[정선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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