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저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우리보다 먼저 역마진 수렁에 빠졌다가 살아남은 일본 보험사들의 생존에 공통점이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 일본 보험사들은 보장성 중심으로 위험률 차익을 확보하는가 하면 실적 에 급급해 개인연금이나 변액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열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7개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1990년대 들어서 발생한 자산거품 붕괴와 저금리 장기화로 1997년 4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연속 파산했다.
파산의 주된 원인은 높은 예정이율을 보장하는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과도한 성장과 자산거품 붕괴와 저금리에 따른 막대한 이차역마진(예정이율>자산운용수익률) 발생과 자산운용 및 경영(위험관리) 실패 등이다.
당시 금융감독도 문제가 있었는데 1999년 금융청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재무성은 생명보험사를 은행처럼 취급해 당해 연도의 재무상태와 영업 행위만을 검사했고, 책임준비금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현금흐름분석도 1996년에 들어서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살아남은 일본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자산거품 붕괴 이전과 이후 업계의 일반적인 영업과 자산운용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차별화한 경영전략을 꾀했다.
타이요(太陽)생명의 경우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월납 양로보험(입원비 및 수술비 보장) 판매에 주력하면서 사차익(질병위험률차익)을 늘렸다. 또 주식·대출·해외증권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자산운용 비중이 낮고, 배당을 늘리지 않고 이익의 내부유보를 확대했다.
다이도(大同)생명은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보험에 집중, 자산거품 붕괴 직후 자산구성을 국채 위주로 빠르게 전환한 게 특징이다.
후코쿠(富國)생명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보장성보험을 공급했는데 자산운용·계리부서의 의견을 중시해 개인연금이나 변액연금 등을 판매하지 않았다. 신계약 확대 보다는 우량고객 선별과 계약의 유지관리에 집중하면서 해약률을 크게 낮췄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차역마진 상황속에서의 일본 생보사들의 생존사례는 영업중심의 경영을 했던 파산한 회사들과 달리 특화한 보험시장에서 위험률차익 확보에 주력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다"며 "이 같은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ALM 개념을 인지하고 있던 재무·계리부서의 의견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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