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에서] 부동산 시장에도 햇볕정책을
입력 2020-07-09 09:20  | 수정 2020-07-09 15:06
미국 뉴욕 맨해튼 전경 / 사진 = 연합뉴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52%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는 -3%, 박근혜 정부는 29% 올랐습니다. 아파트값이 폭등한 노무현 정부의 실패 사례를 따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현재까지는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기세력을 잡는다며 청와대 참모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가운데 다주택자를 색출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무주택 서민이나 청년들이 보다 손쉽게 내집 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완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세계적 현상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독일의 7대 도시 주택 가격은 118.4% 올랐고, 호주 벤쿠버는 153.9%, 영국 런던은 111.9%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 서울도 110.5% 올랐습니다.


세계 각국도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수요 억제는 물론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건축기술 발전에 따라 고밀도 개발이 대세입니다. 독일은 새로운 개념의 ‘도시지역을 도입해 주거지역에 고밀도 개발을 허용했습니다. 뉴욕 중심부의 용적률은 1800%가 넘고, 일본 도쿄는 주요 지역의 고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1000%에서 2000%로 올렸습니다. 호주와 영국 모두 용적률 확대와 건축 인허가제도 개선으로 연간 주택 공급량을 최대 2배로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3기 신도시 3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 불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막기 위해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규제로 주택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 확산을 가져온 셈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 서울 도심 공급은 고갈...국토부와 서울시 엇박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긴급 호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와 함께 실수요자 등을 위한 주택공급물량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들합니다.


가격 상승의 시발점은 서울의 주택난입니다. 문제는 서울 지역에 대한 아파트 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엇박자 때문입니다. 국토부가 서울 지역에서 공급을 확대하려면 신도시를 개발해야 하는데,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또는 구도심 개발 역시 특정 사람들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간다며 부정적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고도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대폭 높여 서민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마련할 때 서울시는 300% 수준의 용적률을 유지하고, 아파트 최고 높이도 35층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박 시장도 지난 2018년 여의도에 대한 층수 규제를 풀어 초고층으로 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도를 지하화해 대규모 MICE 시설을 유치하는 등 개발 의지를 붙태웠습니다. 당시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나서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비판했고, 박 시장은 결국 13일 만에 개발 보류를 선언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그때 당시에 박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을 시작으로 과감한 도심 재개발을 단행했더라면 가격 상승 압력을 조금이나마 잠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저렴한 아파트 공급에 초점 맞춰야

사진 = 연합뉴스


그린벨트 해제나 아파트 용적률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 폭등으로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저출산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의 가격 상승에 신경 쓰기보다는 무주택 서민이나 청년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소형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도심에 고도제한도 완화하고 용적률도 확대해 개발하되, 대신 확대된 용적률만큼 3억 원 안팎의 소형 아파트를 짓고 일정 기간 임대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소개한 미국 다트머스 대학 윌리엄 피셸(William Fischel) 교수의 '주택소유자 투표성향 이론(Homevoter Hypothesis)'이 요즘 화제입니다. 도심 지역의 주택 신축 규제 강화가 그 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이론입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희소성 때문에 집값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에 햇볕정책이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부동산 정책에도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으며,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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