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사업 장려하더니 토사구팽"…靑게시판에 청원글 와글와글
입력 2020-07-07 17:29  | 수정 2020-07-07 19:30
◆ 마구잡이 부동산대책 ◆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양도소득세 감면 등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해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대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민간임대를 장려한다는 말만 믿고 각종 제약이 많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태도를 180도 바꿔 임대사업자를 '투기 주범'으로 몰며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대사업자 분들이 무슨 죄인가요? 마녀사냥으로 몰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된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약 9000명에게 동의를 받는 등 빠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청원인은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장려하여 등록한 사람도 많았고 성실히 임대를 진행한 죄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죄인이 되어 있다"며 "정치에 이용되어 국민 화풀이 대상에 마녀사냥 희생자가 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4년(단기)·8년(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 5% 제한 등 규정도 지켜왔는데 이제 와서 매물 잠김의 원흉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필요할 땐 쓰고 필요 없다 싶을 땐 버리는 '토사구팽'이란 말이 떠오른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신 분들이 토사구팽의 버려지는 개는 혹시 아니냐"고 정권의 신뢰성 없는 태도를 꼬집었다. 또 정부가 규제를 소급 적용해 환경이 급변하면 배신감을 느낀 임대사업자들의 임대 포기와 세입자 퇴거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도 낮은 전세금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 속에 생활을 지속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조세 전문가들과 법조계에선 이번 입법안이 부진정소급입법 취지를 잘못 이해한 형태로 조세 제도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진정소급입법이란 법률상 용어로, 과거에 시작됐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 과정인 상태에 법률적으로 개입하는 입법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부진정소급입법은 예를 들면 올해 9월에 보유세율이 개정돼도 이전에 주택을 취득한 사람들도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등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개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과거에도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 적은 있지만 이러한 세 감면 혜택을 추후에 취소하는 행위는 전례가 없다"며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온다면 앞으로는 언제든 주택 관련 세 감면 혜택을 추후에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역시 "부진정소급입법이라고 해서 다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침해되는 국민 재산권이 클 때 위헌으로 판정되는 사례도 있다"며 "공익이란 입법 목적도 중요하지만 먼저 침해되는 국민의 사익에 대해 세심히 살펴야 되는데 이 같은 과정 없이 부진정소급입법을 만능키처럼 인식하는 여권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에도 정부의 소급 입법을 비난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이전 아파트 수분양자 중 일부가 잔금대출 규제를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임대사업자들도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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