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게 나라인가요` 멕시코서 대낮 카르텔 전쟁에 24명 사망
입력 2020-07-02 17:39  | 수정 2020-07-09 18:0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연일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와중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대낮 총격전을 벌이며 세력 다툼을 벌이는 등 부쩍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 달 새 판사 부부 살해, 수도 멕시코시티 치안 장관에 대한 무차별 총기 난사에 이어 또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민 대통령'으로 인기를 끌어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의 치안 인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멕시코 신문 밀레니오에 따르면 이날 오후 과나후아토 주 이라푸아토 시 소재 약물재활센터에서 마약 카르텔과 지역 갱단 간 세력 다툼으로 추정되는 총격전이 벌어져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이라푸아토 시의 페드로 코르테스 자발라 치안장관에 따르면 최소 7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치안 당국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정확한 사건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매체와 BBC문도 등 외신은 카르텔 간 세력 다툼 탓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달 6일에도 이번과 유사하게 또다른 재활센터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10명이 사망한 바 있다.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 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큰 정유소가 들어선 지역으로 나라를 가로지르는 연료 파이프라인이 있다. 과나후아토에 자리한 이라푸아토는 주 내에서는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이지만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허브'로 통한다. 지난 1994년 출범한 이른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올해 7월 1일부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으로 대체됨)'영향으로 자동차 산업이 집중적으로 발전했고 농공업도 발달한 도시다.

산업이 발달한 탓에 과나후아토 주는 이라푸아토 시 등을 중심으로 마약 카르텔 간 '연료 빼내기' 등 이권 확보를 위한 세력 다툼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멕시코 내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할리스코신세대카르텔(CJNG)이 경쟁조직인 산타로사데리마 카르텔과 3년동안 과나후아토 일대 영향력을 두고 무력 충돌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과다후아토는 주 단위 차원에서 살인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멕시코 연방 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 한달 동안 과나후아토에서 총 1405명이 살해 다른 주 지역보다 피해가 컸다. 다만 이 수치는 당국이 파악한 공식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카르텔들은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 민간인을 납치하고 시민들의 자동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 화물 트럭 등을 불지르는 식으로 보복하면서 혼란을 키운다.
'8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내며 지난 2018년 12월 1일 취임한 암로 대통령은 서민의 마음을 알아주는 대통령으로 통하며 인기를 누려왔다. 대통령은 강력 범죄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19개월 간 오히려 강력 범죄는 더 늘어났다. 지난 해 살해된 사람 숫자(총 2만 9401명 피살)는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BBC문도가 전했다.
불과 1주일도 채 되기 전인 지난 6월 26일에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오마르 가르시아 아르푸치 멕시코시티 치안장관이 오전 6시 38분 중심가인 레포르마 대로변을 이동하다가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기 난사 공격을 받아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레포르마는 부유층 주택가와 외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장관은 다행히 목숨을 구했지만 이날 공격 탓에 호위 경찰 2명과 우연히 차를 타고 지나던 27세 민간인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멕시코시티 치안장관 공격 배후에 대해 알폰소 두라소 연방 치안장관은 "모든 가설이 열려있다"면서 "공격 규모로 볼 때 (CJNG만이 아니라) 단순히 카르텔 하나가 이런 일을 꾸민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복수의 카르텔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달인 6월 16일에는 멕시코 서부 콜리마 주에서 마약 사범 형사 재판을 담당하던 우리엘 비예가스 오르티스 콜리마 지방법원 판사가 아내와 어린 딸 두 명 등과 자택에 있던 중 무장한 5명의 괴한 총격을 받아 아내와 함께 사망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판사 살해 사건을 모의한 것도 마약 카르텔로 알려져 있다. 밀레니오 신문은 "오르티스 판사는 마약 카르텔 로스제타스의 두목인 '제타-40' 미겔 앙헬 트레비노 모랄레스와 CJNG 관련 사건을 맡고 있었는데 특히 CJNG 조직원인 '엘 멘치토' 루벤 오세구에라 곤살레스를 마약 범죄자 신분으로 미국에 신병인도하는 작업을 담당해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련의 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공격 배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1일 이라푸아토 재활센터 총격전에 대해 카를로스 자마리파 과나후아토 주 검찰총장은 "겁쟁이 범죄자의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수사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BBC문도에 따르면 코르테스 자발라 이라푸아토 시 치안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할 것이 많지 않다"면서 "사건을 일으킨 책임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차량이나 침입자에 대한 데이터도 딱히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인명 피해와 경제적 타격에 더해 카르텔 폭력까지 겹쳐 더 복잡한 상황을 맞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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