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 양도세공제 `全無`…간접투자 고사위기
입력 2020-06-30 17:47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따라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세 과세 전 기본공제 2000만원이 적용되지만 펀드(집합투자기구)에 대해선 아무런 기본공제가 없어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해외 주식이나 파생상품에도 기본공제 250만원은 적용되는 상황이라 이번 세제개편안의 최대 피해 상품이 펀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영향으로 펀드 가입자들의 환매가 이어진다면 약 58조원 규모로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4.15%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신탁(자산운용사) 자금이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어 증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따르면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2000만원 공제, 해외 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소득은 하나로 묶어 250만원을 공제한다. 그러나 이들과 같이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인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소득에 대해선 아무런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펀드에 투자한 돈은 1만원의 수익이 나도 22%(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과세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됐다. 똑같이 양도차익 3000만원을 보더라도 국내 주식은 기본공제 후 100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되기 때문에 세금이 220만원인데, 펀드는 기본공제가 없기 때문에 세금으로 660만원을 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모주식형 펀드의 계좌당 평균 투자 금액은 470만원으로 소액투자자가 많아 2000만원 기본공제가 없다면 대부분 소액의 양도이익에 양도세율 22%가 적용된다. 세율이 22%인 상황에서는 사실상 29%의 이익을 내야 비과세 상품과 세후수익률이 같아지는 상황이라 펀드를 통한 투자 매력도가 현저하게 낮아지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투자자들은 펀드보다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며 "펀드를 통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사실상 막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펀드도 손익통산 대상이지만 펀드가 이익이 날 경우와 주식이 이익이 날 경우 세금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투자자 A씨는 주식에선 8000만원 이익을 봤고 펀드에선 5000만원 손해를 봤다. A씨의 투자 수익을 합산하면 순이익이 3000만원이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1000만원(기본공제 2000만원을 적용한 주식 이익 6000만원과 펀드 손해 5000만원의 합)이어서 양도소득세는 200만원이다. 반대로 투자자 B씨는 주식에서 5000만원 손해를 보고 펀드에선 8000만원 이익을 내 B씨의 합산 투자 수익은 A씨와 같은 3000만원이지만 세금은 600만원으로 세 배다.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공모주식형 펀드의 고사가 예견되는 상황이라 주식시장에서 큰손인 투자신탁 기관투자가가 이탈해 증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이 찾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는 해외 주식형 펀드 운용과 판매에 나설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개인들은 당연히 펀드보다는 직접투자에 뛰어들고 펀드에선 자금이 빠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다면 증시 변동성은 커지고 결국 개인투자자들 수익률도 악화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직접투자할 때 한두 종목에 치우치는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간접투자 대신 직접투자를 택한 개인들의 투자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19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식 소유자 중 41.4%는 단 한 종목의 주식만 보유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정부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각종 공제 혜택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7월에 발표하는 2020년도 세법개정안에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공제를 비롯해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7월까지 정비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제림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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