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금 놓치면 영원히 내 집 없다"…규제에 절규한 30대 `패닉 바잉`
입력 2020-06-30 17:29  | 수정 2020-07-01 00:08
내년 3월 전세 만기를 앞둔 이종훈 씨(가명·35) 부부는 지난주 서울 문래동 인근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6억원 중반에 구매했다. 둘이 합쳐 연소득이 8000만원가량인 이 부부는 각자의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고 그동안 모아둔 돈과 양가 부모님의 도움, 주택담보대출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씨는 "현재 살고 있는 전세는 또 다른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내놨다. 만일 안돼도 7월 이전에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6개월 내 전입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정책으로 계속 집값이 올라 불안한 마음에 이번 매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의 공포를 온몸으로 체감한 30대가 서울 아파트의 '큰손'이 되고 있다. 이른바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에 기인한 매수)' 현상이다. 정부가 21번이나 정책을 내놨는데도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지금 집을 못 사면 영영 외곽으로 밀려난다'는 공포가 30대의 집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구매 건수는 1만1414건으로 전체 건수 중 30.7%를 차지했다. 이는 40대(27.3%)보다 많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조짐이 보이면서 조급해진 30대들의 아파트 매매가 시작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513건으로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월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다. 아직 신고가 덜 된 건이 많아서(신고는 30일 이내에 해야 함) 미신고분까지 합치면 12·16 대책 이후 가장 거래량이 많았던 지난 2월 수치(8266건)를 넘을 수 있다.
지난주 말 서울 강서구 염창동 쪽 5억원대 아파트 임장을 갔던 신혼부부 김현종 씨(가명·33)는 "워낙 매수자들이 몰리는 탓에 똑같은 아파트 매물을 다른 신혼부부 커플과 같이 보러 갔다"며 "중개업소마다 젊은 사람이 많이 몰려 문의하는 것을 보고 집주인이 호가를 절대 안 깎겠구나 생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에 부모님에게 2억원가량 도움을 받아 동대문구 이문동 소재 5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한 미혼 장 모씨(32) 역시 "부모님 도움과 신용대출, 그리고 퇴직연금을 담보로 한 대출 등 '영끌'로 집을 샀다"며 "적금을 부어서는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아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30대들 사이에선 부동산 카페 등에서 '4년 전이었으면 훨씬 좋은 입지를 갔을 텐데 문재인정부 때문에 이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진입하지 않으면 사다리가 끊어진다' 등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정부가 6·17 대책으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전입 의무는 7월 1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부터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일선 창구의 여신 상담 및 실행이 많게는 2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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