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레이더P]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 지인 뽑으려 `채용비리`
입력 2020-06-30 16:32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이 비위 전력이 있는 지인을 선임급 연구원으로 뽑기 위해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0일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취약시기 공직기강 점검'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관계부처에 해당 원장에 대한 해임 등의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청탁금지법 위반사실을 과태료 재판 관할법원에 통보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기관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본지 취재결과 해당 기관이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분야 일자리 창출이 주임무인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이 과거 금품수수 등으로 다른 기관에서 해임됐던 지인을 취직시키기 위해 직접 채용비리를 저지른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흥원장 A씨는 2019년 3월 클러스터 기획·관리 분야 선임급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15년 간 알고 지내던 B씨가 지원한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A원장은 B씨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담당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당시 A원장은 채용담당자에게 면접심사 외부위원 3명 모두를 자신의 지인으로 선정하도록 지시했다. 또 심사 전 외부위원들에게 'B씨의 경우 채용분야인 클러스터 기획·관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직접 설명했다. 그런데 면접심사에서는 외부위원 3명이 B씨에게 가장 최고점을 줬음에도 내부 심사위원 2명이 최하점을 부여해 다른 지원자 C씨가 합격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A원장은 채용담당자에게 '면접점수를 고쳐서 합격자 C를 탈락시키거나 면접평가표를 재작성하여 합격자 없음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채용담당자의 반대로 C씨가 채용됐고 A원장은 C씨에게 수습기간 중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준 뒤 수습 중간평가에서 '직무 부적합'을 사유로 면직할 것을 강요했다.
A원장의 집요한 지인 채용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해 4월말 선임급 연구원 결원이 생기자 A원장은 '클러스터 기획·관리 분야 연구원을 추가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B씨가 과거 근무했던 공공기관에서 금품수수 등의 사유로 해임됐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면접 당일 제출받기로 한 '비위면직자 등 취업제한 체크리스트'를 받지 않거나 늦게 받도록 지시했다. 원장인 본인이 직접 나서 B씨의 허물을 덮고 나섰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A원장은 B씨의 과거 비위·해임 사실을 면접위원들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후 인사위원회에서 채용담당자 등이 B씨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해 설명하자 인사위원들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자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채용 확정을 차기 인사위원회로 미뤘다. 이에 A원장은 B씨의 채용에 부정적인 인사위원장과 인사부서장 등 당연직 내부직원을 배제하고 외부위원만으로 인사위원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내부 직원들에게 인사위 개최 계획을 알리지 않고 이들이 외부로 출장을 나간 사이에 기습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B씨의 채용을 결정하는 '꼼수'를 저질렀다. 감사원은 "A원장은 당연직 인사위원의 정당한 심의업무를 방해했고 인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저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채용전형 자체의 공정성까지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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