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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이어진 강정호 복귀 소동, KBO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입력 2020-06-30 08:16  | 수정 2020-06-30 09:29
성난 팬심이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일을 키운 KBO가 강정호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과제로 남게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난 한 달 동안 KBO리그는 강정호(33)로 인해 시끄러웠다.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던 강정호 사태도 이제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한 달간의 혼란스러움을 교훈 삼아야 한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강정호는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라며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강정호의 복귀 의사 철회로 지난 한 달 동안 야구판을 뒤흔들었던 강정호 사태가 마무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5월 뒤늦게 개막한 KBO리그는 강정호의 복귀 추진으로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복귀 추진, KBO 상벌위원회, 강정호의 입국,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까지 KBO리그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실력은 출중하지만, 음주운전 3회 전과자인 강정호에 대한 여론은 거칠었고, 싸늘했다. 물론 이는 강정호의 자업자득이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경찰 조사 뒤에는 야구로 보답할 일만 남았다”는 현실과 괴리된 발언을 내놔 뭇매를 맞고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자신은 뒤로 숨어있고, 대리인을 통해 일처리를 하면서 강정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자필로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 진정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일을 키운 건 KBO다. KBO 상벌위원회는 1년 유기실격, 300시간의 경징계를 내렸다. KBO는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시 3년 이상의 유기실격에 처한다라는 내용을 2018년 야구규약 개정 때 포함시켰지만, 정작 강정호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2016년 사고를 냈기에, 2018년 개정된 규약을 소급해서 적용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KBO로 향했다. 강정호에서만 그칠 수 있었던 비난 여론이 KBO와 한국야구 전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확대됐다. 결국 강정호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팬들이 직접 강정호의 복귀를 저지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KBO는 일개 사단법인이다. 일개 사단법인에서 법리적인 해석에만 몰두해 ‘법원 놀이에 충실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기구의 상벌위원회가 마치 사법부가 된냥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또 규약을 적용하더라도 부칙 상 총재의 권한을 이용해 중한 징계를 내릴 수도 있었다. 다만 강정호 측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건 의지의 문제다. 소송전으로 양상이 바뀌면 소송에 대한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에, 복귀에 촌각을 다투는 강정호로서는 불리하게 된다.
정운찬 총재 부임 이후 KBO는 클린베이스볼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강정호 사안을 다루는 KBO는 클린베이스볼과 거리가 멀었다. 팬들의 성난 여론에 강정호가 스스로 포기했지만, 한 달 동안 혼란을 키운 건 KBO였다. KBO는 다시 한번 야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다. 인기가 달아나는 건 한순간이다. KBO는 엄한 '법원놀이'를 할 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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