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복귀 의지’ 다지며 기자회견 열었던 강정호, ‘복귀 포기’는 SNS로
입력 2020-06-30 00:00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음주운전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강정호(33)가 스스로 KBO리그 복귀를 접었다. 기자회견을 열며 복귀 의지를 다졌던 것과 달리, 포기 선언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였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강정호 복귀 소동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2016년 겨울 음주 삼진아웃으로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야구 인생이 꼬인 강정호는 지난 5월 KBO리그 복귀를 표명하면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개인 자격으로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고, 상벌위원회에서 1년 유기실격, 300시간 봉사활동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듯 했다. KBO리그 복귀는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물론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의 결정이 남아있었다.
미국에 머물던 강정호는 상벌위원회 징계가 나오자 입국했다.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음주사고 이후 3년 6개월만에 공식 사과를 하는 자리였다. 물론 여론은 싸늘했다.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시절에는 별도로 사과를 하지 않았던 강정호다. 오히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야구로 보답할 일 밖에 없다”는 망언으로 야구팬들의 정을 떼어버렸다.
결국 피츠버그에서도 방출되고, 오갈 데 없어지자 슬그머니 KBO리그 복귀 타진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진정으로 반성한다는 사람이 상벌위원회에도 직접 출석하지 않고, 반성문도 자필이 아닌,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 문서에 서명만 자필로 한 것을 대리인을 통해 제출해 진정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사과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비치기도 했지만, 사과의 설득력은 떨어졌다.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 캠페인 활동,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재능 기부 등을 제안했지만, 복귀하지 않아도 이행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그동안 강정호가 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복귀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과하는 자리가 아니라, 복귀 의지가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결국 복귀에 눈이 먼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 후 강정호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졌다.
키움도 싸늘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강정호도 스스로 복귀를 포기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강정호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복귀를 포기하고, 음주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를 얘기했더라면 그의 반성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SNS를 통해 복귀를 접는다고 발표한 것에서 지난 한 달 가량의 복귀 소동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복귀를 포기했으면 모양새가 좋았겠지만, 여론을 살피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입장문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게 더 정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