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상직 의원 "가족 희생하더라도 회사 살려야...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헌납"
입력 2020-06-29 16:32  | 수정 2020-07-06 17:05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한 해소 요구에 내내 침묵하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29일) 결국 입을 열었습니다. 임금 체불이 진행된 지 무려 4개월 만입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체불임금 문제에 가로막혀 '올스톱'된 가운데 이 의원 자녀의 주식 매입 자금 출처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이날 이스타항공이 연 기자회견에서 김유상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우리 가족이 희생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의 주식을 이스타항공 측에 모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은 침몰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이스타항공은 제 분신이나 다름없다"며 "2007년 무모한 짓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국민을 위해 항공 독과점을 깨고 저비용 항공 시대를 열겠다는 열정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보유 지분은 올해 1분기 기준 39.6%입니다.

김유상 본부장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대주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보유 지분 39.6% 중 질권이 설정돼 있거나 해서 사용할 수 없는 지분 1%를 제외한 38.6%를 내놓는 것"이라며 "설사 제주항공에 인수되지 않더라도 보유 지분을 헌납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중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에 대한 매각 자금 410억원을 회사가 회수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의원 가족이 헌납한 이스타항공 지분 매각 대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임금 체불 해소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실무적인 것은 협의해야 한다"며 "M&A가 진행되고 매각대금이 나오면 임금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경영진의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이스타홀딩스의 설립과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은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종전의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에서 계약금으로 받은 100억원으로 매입한 이스타항공 전환사채(CB)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에 공개적으로 인수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대주주의 희생을 강조하며 M&A 성사에 대한 공을 제주항공에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금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제주항공의 인수뿐"이라며 "빨리 제주항공이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250억원의 체불 임금에 가로막혀 '올스톱'됐던 제주항공과의 M&A 작업이 속도가 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내부적으로 이스타항공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놓고 상황을 면밀히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 임금 해소 외에도 계약서상에 명시된 선결 조건이 다 해결돼야 인수 작업 마무리가 가능하다"며 "이스타항공 측에 선결조건을 해결하고 이를 공문으로 답을 달라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노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근로자 대표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떤 고통도 분담할 각오가 돼 있다"며 "조종사 노조도 회사를 살리는 노력을 함께 해달라"고 입장문을 낭독하자 배석한 조종사 노조 측에서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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