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결국 봐주기 vs 권고 따라야"…JY 불기소 권고 정재계 `갑론을박`
입력 2020-06-29 16:26  | 수정 2020-07-13 18:07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내리면서 정치권과 경재계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심의위 결정이 '전문가 의견'인 만큼 권고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입장과 기소를 통해 수사를 계속 이어 나가야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다.
29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지속 및 기소 여부 검토 작업에 들어간다. 검찰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참고해 이르면 이번 주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앞서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여부를 모두 2주 안에 결정지었다.
수사심의위 결정 놓고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애초 수사심의위는 돈 없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하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결국 봐주자는 것"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무사, 무전유사, 돈 있으면 재판도 수사도 없다는 선례를 남긴 지극히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너희들(여권)이 추구하는 사법 질서는 '내 편은 무죄, 반대편은 유죄'라는 뻔뻔함의 극치"라며 "검찰개혁 일환으로 기소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를 만들고 그에 따라 결정했다면 따르는 것이 검찰권의 올바른 행사"라며 맞받아쳤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불기소 권고를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정권의 사법개혁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 진 전 교수는 "수사심의위가 사법부 역할을 가로채 버리고 법치의 근간이 무너졌다. 이게 다 인민민주주의의 요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이 제도의 취지는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하는 것으로, 억울한 사람들이 무리한 수사·기소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건데 지금 눈앞에서 그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한다는 개혁이 다 그렇다. 문재인 정권 역시 결국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여권에서는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와 달리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9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법부를 향해 "잘못이 있다면 천하의 이재용 부회장이라도 단호하게 처벌하라"며 "아무리 비싼 변호사를 쓰더라도 죄가 있으면 처벌받고, 죄가 없으면 당당히 법원 문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판결로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많은 분이 우려한 대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검찰은 권고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가 검찰에 수용되면 재벌 일가란 이유로 명백한 범죄 혐의에 관한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같이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왔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의 불기소·수사 중단 권고와 관련해 4년간 재판을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이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의원은 29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글로벌 기술로 세계 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가 예전 같지 않다"며 "바로 결정해주어야 하는 일들이 워낙 많은데, 가깝게 일했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판으로 의사결정이 바로 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 일각에서 이 부회장 기소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떤 정치인이라고 해서 검찰에게 기소해라, 기소를 촉구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검찰은 검찰 본연의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영계서는 이번 수사심의위 결정이 '전문가 의견'으로 결정된 만큼 검찰은 무분별한 수사를 그만두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은 이제라도 수사심의위 결정에 따라 특정 기업과 특정 기업인에 대한 장기간 수사를 멈추고 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놓아줘야 한다"며 "수사심의위는 각계 전문가 수백명으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회계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최종 권고사항을 검찰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는 미국 대배심, 일본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로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것 아니냐"며 "그러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는 결국 지금까지 4년에 걸친 검찰 수사가 무리였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뒤늦게나마 삼성과 이 부회장이 본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순리에 맞는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심의위의 의견에 따라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일지, 이를 거스르고 기소를 강행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만약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 그간 진행해온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게 된다. 그간 검찰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후에도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는 등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그렇다고 수사심의위 결정을 외면하고 기소를 강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어서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검찰이 외부 전문가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한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상당한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또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검찰이 도입한 개혁안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만만찮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 검찰은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기소 대상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역시 사법처리 범위 등을 놓고 수사팀과 지휘부 간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