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액주주의 반란…메이슨캐피탈 정기주총이 남긴 것
입력 2020-06-29 09:25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메이슨캐피탈의 정기주주총회가 대주주 측의 경영권 방어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쟁취하는 사상 초유의 개미의 반란이 무산됐지만 이번 주총이 우리 주식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기존 소액주주운동의 역사는 대체로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슈퍼개미를 중심으로 사측을 견제하는 경우에 그쳤지만 이번 메이슨캐피탈 사례는 지분이 소액에 불과한 주주들이 연대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체계화된 운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이슨캐피탈은 지난 26일 오전 9시 전북 전주 로니관광호텔에서 이사, 감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등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최대주주 측이 제안한 박승욱 라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종주 법무법인 더펌 변호사 등 사내이사 4명과 권영상 키투웨이(Key to Way) 대표 등 사외이사 3명이 선임됐다. 소액주주가 제안한 감사 선임 안이 통과되며 곽용규 대한무역진흥공사 외투기업 전문위원이 새롭게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연대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보다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 감사 선임을 통과시키고 사측이 제안한 정관변경 안건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중립적 의견을 보여온 최용도씨(지분 6.1% 보유)가 최대주주 측 손을 들어주면서 이사 후보들은 전원 사측 추천후보들이 선임됐고 소액주주연대 추천 이사 후보들은 선임되지 못했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3월 27일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하고 주식 대량보유 및 경영참여 목적의 주식 취득사실을 공시했고 법무법인 지우와 경영참여를 위한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병원 변호사가 총괄 전략 수립 및 실행을 맡으면서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운동으로는 보기 드문 체계성을 갖추고 활동을 시작했다.
4월 17일 법원에 주주명부 등사열람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달 27일에는 이사감사 선임에 관한 주주제안 의안상정에 대한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경영참여를 위한 법적 기반을 갖췄다. 금융투자업계 굵직한 사건을 맡아오면서 이름이 알려진 정변호사와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연대가 정교한 법리 위에 조직화된 대응에 나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법원은 가처분 2건을 모두 인용했고 지난달 4일 회사가, 9일에는 소액주주연대가 참고서류 공시를 하고 각각 의결권 수거 활동에 나서면서 치열한 지분확보 싸움이 펼쳐졌다.
이번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들의 결집은 국내 증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메이슨캐피탈의 총발행주식수가 9918만주이고 대주주 보유물량과 소액주주연대 공동보유계약물량을 제외한 중립 의결권은 5194만주였다. 이 중 소재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거나 단수주 등 주총에 관심이 거의 없는 주주들을 제외하면 회사나 소액주주연대가 위임장을 수거하기 위해 방문할 수 있는 잔여 주주들의 의결권은 모두 4100만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4100만주에는 이번 주총에서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가 된 최 씨(부인과 합쳐서 702만주 보유)가 포함돼 있어 최종적으로 소액주주연대나 사측이 위임장을 받을 수 있는 의결권은 3400만주를 웃도는 규모였다. 여기서 소액주주연대에 위임장을 준 주주들의 의결권이 2554만주이니 의결권 수여가 가능한 주주 가운데 무려 80% 가까운 주주들이 소액주주연대 편에 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의결권 수거업계 관계자는 "방문가능한 주주들을 상대로 한 위임장 수거율은 일반적인 주총은 20~25%이며 분쟁 주총의 경우에도 30%대 정도이므로 이번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연대에 위임장이 결집한 비율은 놀라울 정도"라며 "주주들의 뜨거운 반응과 소액주주연대측 지원자산관리의 업무역량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원덕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총은 졌지만 주주들은 지지 않았다"면서 "결과는 무척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임했고 그래서 후회는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기주총은 끝났지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메이슨캐피탈 소액주주연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에 모인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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