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 라운지] 자사주로 두 토끼 잡은 윤종규회장
입력 2020-06-28 18:18  | 수정 2020-06-28 19:09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해 글로벌 투자회사 칼라일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성공시켜 주목받았다. 윤 회장은 최근 칼라일로부터 24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딜(계약)을 성사시켜 이 돈으로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M&A) 대금, 외국인 우호세력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실리를 챙겼다. 대신 칼라일에는 자사주(500만주)를 통해 발행한 교환사채(EB)를 건네면 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들을 향해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하라"며 자사주를 사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저가에 꾸준히 매입해 소각할 경우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영향력이 커진다. KB금융은 지난 19일 주식 가격 기준으로 9421억원어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1월 말과 비교하면 자사주 가치가 2000억원 넘게 떨어졌다. 주가가 쌀 때 사지도 못하면서 '고인 물'이 된 자사주는 올 들어 골칫거리가 됐다.
그런데 세계 3대 사모투자펀드인 칼라일그룹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작년 10월 윤 회장과 이규성 칼라일 공동대표의 만남이 초석이 됐다.
이날 딜에 따르면 칼라일은 KB금융의 EB에 투자한 후 오는 8월 29일부터 이 지주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바꿀 때 기준이 되는 교환가액은 4만8000원으로, 현재 주가(19일)보다 33.3%나 높다. 이런 이유로 KB금융은 글로벌 투자회사로부터 현재 주가보다 30% 이상 높은 가치가 있는 주식이라는 인정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향후 KB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올라 칼라일이 보유한 EB를 주식으로 교환하면 지분율이 1.2%가 된다. 특히 3년6개월 동안 칼라일이 이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록업'(보호예수)이라는 안전장치도 걸어뒀다. 윤 회장이 주가만 띄우면 확실한 우호 지분을 추가로 얻게 되는 셈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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