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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들썩이는 `증오·차이나리스크` 저커버그 8.7조날리고…루이싱커피는 `상폐`
입력 2020-06-28 16:22  | 수정 2020-07-12 17:37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루이싱커피는 뉴욕 증시 개장 전에 2019년 매출이 해당 연도 매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약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렸다는 점을 공표했고 주가 폭락 사태 속에 4월 7일부로 한 차례 거래가 중단됐다. 이어 6월 26일 '최종 상장폐지'가 발표되면서 하루 새 주가가 54%곤두박질쳤다./그래...

하반기를 일주일 앞둔 뉴욕 증시가 최근 심상치 않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지수가 이달 기록한 고점 대비 20% 빠져도 이상할 것 없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거품 붕괴론' 경고가 또 다시 제기된 가운데 지난 주를 기점으로 '증오의 정치'에 항의하는 온라인 시민운동과 '차이나리스크'가 부쩍 주목받는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5월 말 미국 메모리얼데이 연휴와 인종차별반대 대규모 시위 등을 계기로 미국 내 재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추가 부양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뉴욕 증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 뉴욕 증시를 출렁인 변수는 '증오의 정치'에 반대하는 온라인 시민운동이다. 글로벌 시장 탄산음료 양대 라이벌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지 않기로 지난 주말 결정했다. 27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펩시콜라를 만드는 펩시코는 오는 7∼8월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전날인 26일에는 코카콜라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 소셜미디어(SNS) 광고를 최소 3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광고주인 펩시코와 코카콜라가 페이스북 광고 중단을 결정한 것은 '#증오를 악용한 이익을 멈춰라(#StopHateForProfit)'를 해시태그로 내선 온라인 시민운동이 결정적인 배경이다. '#증오를 악용한 이익을 멈춰라'는 차별 반대 단체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와 변화의 색(Color of Change),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 등 미국 시민단체가 벌이는 캠페인이다. 증오 정서와 혐오 범죄를 부추기는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페이스북(자회사 인스타그램 포함)과 트위터 등을 겨냥해 7월 한달 간 이들 SNS업체에 대한 기업 광고를 중단하자는 내용이다.
문제의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 탓에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해 지난달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이 표현은 1967년 흑인 시위에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의 발언이어서 트럼프 정부가 시위 강경 진압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당시 트위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게시글에 경고 딱지를 붙였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27일 CNBC에 따르면 '7월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대열에 들어선 기업은 총 100곳이 넘는다. 앞서 22일 스포츠의류업체인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 캠핑장비업체 레이(REI)에 이어 23일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 25일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 26일 식품·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 등이 줄줄이 페이스북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뉴욕 증시에서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기술기업 5총사로 꼽혀온 페이스북은 광고 부문 매출액 의존도가 높다. 지난 해 페이스북 광고 부문 매출액은 총 697억 달러로 전체 매출액(총 707억 달러)의 98.59%에 달했다. 특히 26일 유니레버의 광고 중단 발표로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8.32%급락해 하루 새 시가총액이 560억 달러(약 67조2000억원) 증발했다. 이는 코로나19 패닉으로 뉴욕 증시에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3월 16일 주가 급락(페이스 북, -14.25%)사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장분석업체 패스매틱스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올해 들어서만 페이스북에 1180만 달러가 넘는 광고비를 낸 주요 광고주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주가 급락 탓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자산도 하루 새 72억 달러(약 8조 6688억원) 쪼그라들어 총 823억 달러가 됐다고 전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 이어 세계 3위 부자로 꼽혀온 저커버그 CEO는 25일 부로 프랑스 명품 패션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이날 저커버그 CEO는 회사 방침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거나 투표를 방해하는 내용은 삭제할 것이며 규정을 위반했지만 뉴스 내용 자체가 가치있고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삭제 대신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뉴욕 증시를 술렁이게 하는 또 다른 변수는 '차이나리스크'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 은폐로 대표되는 차이나리스크는 '중국판 스타벅스'를 꿈꾼 루이싱커피 사건을 계기로 최근 미·중 갈등 연장선상에 놓였다. 워싱턴DC 정가에서는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 소속당인 공화당이 합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루이싱커피는 성명을 내고 "나스닥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한 상장 폐지 청문회 요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루이싱커피 주식은 오는 29일부터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며 이에 따라 이날 부로 거래도 중단된다. 성명이 나온 26일 루이싱커피 주가는 54.0%폭락해 주당 1.38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지난 달 19일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이유로 첫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4일 루이싱 커피 사태를 겨냥해 "미국 투자자들은 회계 부정을 일삼는 중국 기업에 주의해야한다"면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나스닥의 상장규제 강화 조치가 전세계 거래소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중국 기업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루이싱 측이 나스닥에 상장폐지 청문회를 신청하면서 정작 회계 부정을 반영한 2019년 연례 실적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자 나스닥은 이달 중순 다시 한 번 상장폐지를 통보했고 이 사실이 지난 23일 알려져 또 한 번 주가 급락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도 루이싱커피에 속은 대가로 주식 대량 '손절'에 나섰지만 거액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루이싱커피의 상장 폐지 소식은 앞서 연방 상원의 존 케네디(공화당) 의원과 크리슨 반 홀렌(민주당) 의원이 중국기업을 겨냥해 손잡고 발의했던 '외국지주회사책임법안'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난 25일 두 상원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고 "또 다른 민주당 상원의원 한 명과 공화당 상원의원 네 명의 공동 후원을 받아 우리는 '외국지주회사책임법안'을 국방수권법(NDAA)의 일환으로 다시 발의한다"면서 "우리 의회 양원은 서로 힘을 합쳐 중국 공산당 수하에 있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자들을 등쳐먹는 것(swindling)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지주회사책임법안'은 지난 5월 20일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만장일치' 가결됐지만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최근 몇 주 동안 통과 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상원이 나서서 NDAA을 활용한 우회적 방안으로 다시 한 번 추진에 나선 것이다. 두 의원은 하원 대응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은 이미 상원의 만장일치를 받았으나 의회가 중국 기업의 사기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하원 대응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후 미국 규제 당국의 검토를 통해 '부정직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외국지주회사책임법안'은 특정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기업은 미국 증권 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6일(현지시간) 유니레버의 페이스북 광고 중단 발표로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8.32%급락해 하루 새 시가총액이 560억 달러(약 67조2000억원) 증발했다. /그래픽 출처=나스닥 증권거래소
미·중 갈등은 오는 28~30일에 다시 한 번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6일 성명을 내고 "1984년 영국과 중국간 홍콩반환협정으로 보장된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거나 홍콩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데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전·현직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오늘부터 제한할 것"이라면서 "이들 가족도 함께 제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구체적인 제재 대상·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제재는 중국에서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오는 28~30일 회의를 통해 이른바 홍콩보안법 초안을 심의하는 일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측 '홍콩보안법' 강행에 반발해 홍콩에 대한 무역·투자 등 특혜를 취소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이런 저런 불확실한 변수가 불거지면서 월가에서는 꾸준히 뉴욕 증시 '거품 붕괴론'을 내고 있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의 더그 램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지수의 경우 6월 8일 고점 대비 20% 정도는 거뜬히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하반기 낙관론도 나온다. 지난 22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블룸버그 행사에서 "올해 연말에 경기 회복이 본격화 되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지금의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 회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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