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살아있다` `반도` `킬 스위치`…국경 차단의 코로나 시대와 어울리는 영화들
입력 2020-06-28 14:43 
'인베이젼 2020'에서 외계인들이 물을 활용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이앤시네마>

코로나19가 촉발한 국경차단의 시대, 극장가에서도 외부의 침입자를 퇴치하는 영화가 대세다. 나날이 높아지는 관객 안목을 맞추기 위해 외계인부터 좀비들까지 인간의 안녕을 괴롭히는 생명체의 침입 방식도 갈수록 고도화한다. 수비 입장인 인류의 방어책 역시 창의적으로 진화 중이긴 마찬가지다. 반면, 일부 작품은 '나'와 '너'를 가르는 경계에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반성하려는 수정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인베이젼 2020': 지구 70%를 차지하는 물은 인류 최대 약점
다음달 개봉할 '인베이젼 2020'은 재난 공상과학(SF) 영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물리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바로 지구의 70~80%를 차지하는 물을 무기로 삼아서다. 이들은 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거대 도시를 한 순간에 초토화할 뿐 아니라 인류의 통신까지 순식간에 마비시킨다. 외계인을 막겠다고 물을 다 말려버릴 수 없는 일이기에 인간은 방어책 마련에 고심한다.
이 영화 제작진은 과거 '엣지 오브 투모로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만들며 SF 팬의 높은 신뢰를 받아왔다. 두 작품은 한국에서도 흥행해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469만 여 명, '다크 페이트'가 241만 여명을 모았다. 홍보사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삽입하며 이번 작품이 현 시기와 어울림을 강조했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고, 어떠한 재난도 인류를 꺾을 수 없다."
◆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 정전시켜 공격하는 외계인의 침투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의 외계 존재는 인류를 제압하기 위해 전세계를 정전시켜버린다. <사진 제공=조이앤시네마>
인베이젼(invasion), 한국어로 '침략'을 제목에 단 새 개봉작이 또 있다. 7월 관객과 만날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다. '인베이젼 2020'에 나오는 외계인이 인간을 공격하는 매개가 물이라면, '블랙아웃'의 외계인은 전기를 인류 취약점으로 간주한다. 이에 외계 존재는 지구를 침략한 뒤 곧바로 전 세계를 블랙아웃시켜버린다. 지구에서 전력이 남은 곳은 단 하나의 도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역사상 초유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머리를 모은다. 광활한 우주를 환상적으로 그려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작진이 합류해 SF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 '반도': 한반도를 놀이터 삼아 뛰노는 좀비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7월 15일 개봉하는 '반도'의 좀비들이 한반도를 놀이터 삼아 뛰놀고 있다. 강동원은 이들을 피해 한반도를 탈출하려 한다.<사진 제공=NEW>
전염병 시대의 은유, 좀비물도 속속 개봉한다. 주인공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가족에 옮지 않도록 바리케이드를 치고, 어깨에 곡사포를 멘다. 씨네필 관심이 쏟아지는 건 '반도'. 좀비영화 불모지 한국을 좀비물 주요 수출국으로 탈바꿈시킨 '부산행'(2016)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부산행'이 대한민국과 좀비라는 이질적 조합을 이어붙이는 과정이었다면, '반도'는 좀비들의 놀이터가 된 한반도를 본격적으로 펼쳐보인다. 강동원과 이정현은 이 땅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인간이 돼 생존을 위해 몸부림한다. '매드맥스'를 연상케 한다는 차량 추격전에 기대가 모인다. 7월 15일 개봉.
◆ 적을 구분하는 건, 인간 중심적 시선이 아닐까? '#살아있다'와 '킬 스위치'
'#살아있다' 주인공 유아인이 좀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창문까지 가리며 완벽한 방역 체계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이 영화 속 좀비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본인의 직업 특성을 유지한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인간 중심적 시선을 성찰하는 수정주의 좀비물과 외계인 침공영화도 관객을 찾는다. 피아를 구분해 적을 쫓아내는 장르는 관객에게 쾌감을 주지만, 다소간의 찝찝한 기분도 남기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백인을 선, 원주민을 악으로 그린 고전 서부극이 인기를 끈 뒤, 20세기 중반부터 그 이분법적 시선에 반발한 수정주의 서부극이 나왔듯, 장르물은 반성을 통해 발전한다.
유아인이 주연한 '#살아있다'가 그 좋은 예다. 이 영화는 그간 K좀비물로 형용된 작품 중 최고로 짜릿한 액션을 선보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화한 시각을 보여준다. 바로 좀비를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냐는 물음이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좀비가 되기 전 직업인으로서 가졌던 특색을 온전히 유지한다. 소방관 유니폼을 입은 좀비는 로프로 벽을 타오르며, 경비였던 좀비는 아파트 시설물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그들도 불과 며칠, 또는 몇 분 전엔 주인공과 마찬가지의 일상을 누렸음을 인지하게 만드는 장치다. 죽여도 마땅한 것과 아닌 존재 사이엔 백지장 같은 차이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4일 개봉과 동시에 2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일 관객으로는 5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으며 27일까지 약 80만 명을 모았다.
영화 '킬 스위치'에서 하늘로부터 기차가 떨어지고 있다. 인류는 평행우주 '에코'를 만들어 그곳의 에너지만을 취하려 했지만, 에코가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난관을 겪는다. <사진 제공=콘텐츠게이트>
내달 개봉하는 '킬 스위치'에서 지구의 평안을 깨는 건 복제 우주 '에코'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평행우주인 에코를 만든 목적은 부족해진 에너지 자원의 수급에 있다. 인간이 오로지 자신의 웰빙을 위해 창조한 존재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지구를 위협하는 아이러니를 다룬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연출해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First-person shooter)' 같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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