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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추적…“난 살인교사범이다” 뒤늦은 고백
입력 2020-06-28 09:05  | 수정 2020-06-28 09:0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영구미제 사건인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1999년 11월 5일 새벽, 한 남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 이모씨.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범인은 예리한 흉기로 이 변호사의 흉골을 뚫고 심장을 찔러 살해했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가 순식간에 제압된 것으로 보고, 우발적인 살인보다는 치밀하게 계획된 청부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제주도의 모든 검사와 형사들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이 사용한 흉기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21년 뒤 제작진은 한통의 제보 메일을 받았다. 제보자는 문제가 있어서 손을 봐야 하는데, 다리에 한두 방 혼만 내줘라. 이렇게 오더가 내려왔다”고 했다.
2019년 10월, 해외 모처에서 만난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4시간이 넘도록 사건의 비밀을 털어놨다. 제보자는 자신이 이 사건의 살인교사범이라 말했다. 그는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인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해외 모처에서 제작진과 만난 제보자는 자신이 속했던 제주도 폭력조직 유탁파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목의) 지시가 있은 후 한두 달 사이에 그 사건이 터졌다. 차로 따라다녔다. 몇차례 타이밍을 보다 그날 그렇게 됐다. 5시 다 돼 전화와서 일이 잘못됐다 하더라. 다리는 못 찌르고 상체 몇 군데를 했는데 잘못 된 거다. (변호사가) 멱살을 잡고 늘어지니 벗어나려고 또 찌른 거다” 밝혔다.
그는 뒤늦게 진실을 고백하는 이유에 대해 죄책감 때문이다. 남을 해하는 행위를 하고 죄책갬을 안 갖는 건 인간이 아니다”며 (변호사를 살인한)그는 2014년 내가 마카오에 있을 때 제주도에서 자살했다. 그 친구도 힘들어하다가 자살했다. 더 늦기 전에 유족에게도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표창원 전 의원은 그의 제보를 두고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거나 꾸며내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이 변호사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검사 시절 생활고를 못 이겨 물건을 훔친 피의자에게 차비를 주며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료 변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제주 4.3 법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강단에 오르기도 했고, 1998년 제주도지사 선거 때는 한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의 양심선언을 돕기도 했다.
무슨 일인지 양심선언을 한 청년은 기자회견 이후 돌연 잠적해버렸고, 이 변호사는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섰다. 선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제주지역 폭력조직인 ‘유탁파가 지역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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