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산은 "GM 지원 선례있다"…현산에 당근 내밀며 결단 압박
입력 2020-06-26 17:44  | 수정 2020-06-26 23:01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저녁 전격적으로 회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또한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4월 말까지 인수대금 총 2조5000억원을 치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를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수 등이 터지면서 지분 취득을 무기한 연기했고 SPA상 명시된 최종 거래 완료 시한인 6월 27일도 지키지 못했다. 시한 내 절차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계약은 파기되지만 연장 의사를 밝힌 만큼 최장 12월 27일까지는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인수작업이 지연되자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달 9일 공개서한 형식으로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산은 등 채권단을 향해 "원점에서 인수 조건에 대한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이때 "서면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언급하면서 산은 측은 이 같은 의도에 강한 의문을 내비치며 양측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이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면 협상장에 나올 것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촉구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25일 회담은 이런 냉랭함 속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양측이 서로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이날 회동은 그렇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예상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만약 현대산업개발 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려 했다면 굳이 정 회장이 이 회장을 만났을지 모르겠다"며 "일단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회동 다음날인 26일 매일경제 기자에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날 회동 분위기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항공산업이 어려운 것을 다 알고 있고, 일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산은으로서 지원할 부분은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해도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지원에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어떤 입장인지 결정부터 해야 산은도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GM처럼 산은이 지원해 기업이 제자리를 찾은 좋은 사례도 있는 만큼 그런 부분도 참고하면 좋겠다. 좋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 회장 측에 '당근'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결정 시점'에 대한 압박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더 이상 지지부진 흘러가지 않도록 모종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사실상 '최후 통첩'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산업개발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너인 정 회장 결단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리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가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재협상 요구, 산은의 대면 협상 제의에 이어 이 회장과 정 회장 대면 회동이 이뤄졌고, 이제는 현대산업개발 측 결정이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상표권 사용 계약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석 달 후엔 '윙(날개)' 마크를 떼낼 수 있게 됐다. 이날 두 회사 공시에 따르면 상표권 계약은 어느 한쪽이 서면 통지하면 1개월 후 해지되도록 변경됐다. 해지 통지는 HDC현산·미래에셋대우와 금호산업 간 주식 매매 계약에 따른 거래 종결일로부터 두 달이 지나면 가능하다.
즉 HDC현산 측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이르면 석 달 뒤엔 해지가 가능하다. 종전에는 계약기간 중 해지 또는 변경이 가능하다고 모호하게 돼 있었는데 HDC현산 측에 좀 더 유리하게 바뀐 것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과 연간 단위로 맺은 상표권 계약 종료일이 내년 4월 30일에서 올해 말로 당겨졌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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