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햄버거병' 안산 유치원…"첫환자 발생 1주일만에 등원 중지"
입력 2020-06-26 17:42  | 수정 2020-07-03 18:05

"첫 설사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지난 12일 발생했는데 유치원 등원 중지는 1주일이 지난 19일에야 이뤄졌습니다."

102명의 유증상자, 15명의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 어린이가 발생한 경기 안산 A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치원 및 보건당국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사고로 한 대학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A 유치원 원생 5살 B 군의 어머니는 오늘(26일) 전화 통화에서 "아들이 일요일인 14일 오전 목이 붓고 열이 나기 시작하다가 저녁에 설사를 조금 하더니 15일 새벽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B 군은 30분∼1시간 단위로 설사 증상을 보이다가 같은 날 오전 인근 소아청소년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었으나 16일 새벽 복통이 더욱 심해져 인근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습니다.

이날 오후 A 유치원과 보건소로부터 B 군의 어머니에게 잇따라 전화가 걸려와 증상을 물은 뒤 "식중독이 집단 발생한 것 같다"고 통보했습니다.


유치원 친구 8명과 함께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B 군은 이날 오후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이틀 뒤인 18일 다른 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겼습니다. B 군은 이 병원에서 이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신장투석 치료는 받지 않았고, 상태가 좋아져 27일쯤 퇴원 예정입니다.

B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설사 증상을 보이기 이틀 전인 12일 A 유치원 원생 중 한명이 식중독 증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처음에는 개별적인 장염 등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원생 여러 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면 유치원에서 좀 더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어린이가 등원하지 못한 16일(월요일)이라도 등원 중지했다면 이같이 사태가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보건당국에 대해서도 "16일 유치원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보건소의 유치원 등원 중지 결정은 첫 환자 발생 1주일이 지난 19일에 나왔다"며 "좀 더 서둘러 등원 중지를 했을 수는 없었는지 아쉽다"고 했습니다.

안산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16일 오전 신고를 받고 조사를 해 12일 첫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신고 접수만으로 유치원 등원 중지 조치를 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당국의 유치원 등원 중지 조치는 환자들이 법정 감염병인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은 19일 내려졌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도 "유치원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원생들의 상황을 좀 더 관심 있게 파악해 월요일인 지난 15일에라도 학부모에 통보하고 보건소에 신고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 보건당국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집단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원아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신속하게 보건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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