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야당 지지자들이 더 바라는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입력 2020-06-26 09:49  | 수정 2020-07-03 10:07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장 18석을 모두 선출해 줄 것을 어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미래통합당이 끝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18석을 민주당 몫으로 가져가겠다고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속사정은 좀 다를 것이다. 민주당은 18석을 다 가져올 경우 야당에 의해 짜여질 '의회 독재' 프레임이 신경쓰인다. 위원장을 노려볼만한 통합당 중진들은 겉으로는 '백의 투쟁'을 다짐하고 있지만 속마음도 그럴까.
며칠전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 참에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과반수를 넘긴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도록 국회법을 바꾸자"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홍준표는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다(본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이번 주장도 타당해 보인다. 민주당이 18석을 다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결국은 책임정치 확립으로 귀결된다. '나중에 딴 핑계대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는 것이다. 좀 풀어 말하면 이렇다.
첫째, 위원장 여당 독식은 총선 민의에 부합한다. 법사위원장 배정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할때 열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러라고 177석 준 줄 아느냐"며 여당의 우유부단을 비난했다. 그들은 나머지 위원회에서도 여당이 주도권을 갖기를 바랄 것이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통합당이 상임위원장 몇개를 갖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이 적당히 배부른 돼지 보다는 굶주린 늑대가 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야 지지층들이 이 문제로 다툴 일이 없으니 민주당이 다 먹어도 괜찮다.
둘째,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오던 전통이 이미 깨졌다. 상임위 배분이란 관행은 여야 간에 형식적인 상호존중이라도 있을때 작동하는 것이다. '이념은 다르지만 나도, 저들도 국가를 위하는 마음은 같다'는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당이 전통을 깨고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것은 이런 신뢰가 파탄났음을 보여준다. 세계관에서 이토록 이질적인 여야를 역대로 본 일이 없다. 상호존중이 없는데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것은 '거래' 밖에 안된다. 그런 거래는 책임정치 제고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민주당이 다 먹는게 낫다.

셋째, 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라해서 여당 견제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에서 보지 않았나. 의회에서 정치라는 겉옷을 벗겨놓으면 남는 것은 머릿수다. 작정하고 달려드는 다수를 막을 방법은 없다. 위원장이 야당이면 의사일정이 늘어지기밖에 더 하겠나. 그러느니 힘있는 쪽에서 다 먹는게 맞는다. 어차피 통과시킬거 빨리빨리. 민주당은 그렇게 할 수 있다.
넷째, 야당 중진들은 프로필에 새겨 넣을 직함 챙기는데 골몰하지 말아야 한다. 총선을 그런 식으로 치러놓고 무슨 자리욕심인가. 중고생들도 시험을 망치면 삭발투혼을 한다. 하다못해 밥이라도 한두끼 굶는다. 곁불 쬐는데 버릇 들이면 평생 야당하는 수가 있다.
다섯째, 유권자는 그들이 총선에서 만들어놓은 정치 지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여당에게 야당탓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 의석을 줬다. 마음놓고 실력 발휘가 가능해진 여당이 어떻게 나라를 끌고 가는지 잘 지켜보라. 모든 정치는 결국 유권자의 책임으로 환원된다. 궁극의 책임정치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장 18석은 과반 여당에 돌아가야 마땅하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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