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쓴맛 본 젠큐릭스, 상장 첫날 급락…"바이오 훈풍 덕보나 했는데..."
입력 2020-06-25 16:57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

바이오 훈풍에 힘입어 코스닥에 도전한 젠큐릭스가 상장 첫 날 쓴맛을 봤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거래를 시작한 젠큐릭스는 시초가(2만5100원) 대비 13.75% 하락한 2만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2만2700원) 보다도 4.63% 낮은 수치다. 가파르게 회복하는 증시에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IPO 새내기주에 자금이 몰리는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SK바이오팜을 필두로 번지는 바이오 업황 회복의 낙수 효과마저 비껴간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코넥스 시장에 먼저 상장한 젠큐릭스는 암 예후진단 등 분자진단 영역에 주력하며 5년 만에 기술평가 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이전 상장에 착수했다. 암 조기진단부터 예후·동반진단, 수술 후 모니터링 검사까지 암 치료 전 주기에 걸친 진단 솔루션을 확보하면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바이오마커 기반 원천 기술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암종들을 타깃으로 진단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분자진단 검사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2종(GenePro COVID-19 Detection Test/ GenePro SARS-CoV-2 Test)을 개발하고 브라질 수출을 확정지으면서 내부에서는 IPO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정했다.
회사는 앞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얻었다. 지난 10~11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국내외 총 378개 기관이 참여, 공모가를 2만2700원에 결정됐다. 당초 제시한 희망 밴드(2만2700~2만6100원) 하단 수준이다. 참여 수량 기준으로 45% 기관들이 밴드 하단에 미치지 않는 가격을 냈다는 후문이다. 보호예수기간을 약속한 기관들 또한 없었다.
기관 투자자들의 지지부진한 투자 분위기는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5~16일 진행한 일반청약의 경쟁률은 12.4대 1로 올 상반기 상장한 기업 가운데 최하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실시한 드림씨아이에스(670대1), 에스씨엠생명과학(815대1)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젠큐릭스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기간이 전무해 상장 후 시장에 바로 풀리는 주식 수에 우려감을 제기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기존 FI(재무적투자자)의 의무보호예수 기간도 짧게 설정된 것도 불안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큐릭스의 '진프로(GenePro) SARS-CoV-2 Test' 제품은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를 획득했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제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악수(惡手)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 상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책정 당시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매출을 포함하지 않았다. 기존 사업인 암 분자진단 사업에만 집중했다. 시장의 관심이 높은 코로나 관련 매출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오히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후폭풍을 낳은 셈이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는 "본연 사업 가치인 암 진단기술이 주력 사업인 만큼 이 부분에서 시장의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겠다"면서 "코로나 진단키트의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문별 매출 확대가 나타나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전일 해당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만큼 상장과 동시에 수출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일일 확진자 수가 200만명이 넘는 미국과 전국민의 4분의 1을 검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브라질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폐암 동반진단 검사 외에 대장암 동반진단 검사 제품도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고 진단키트의 경우 FDA 긴급사용승인으로 글로벌 수출에도 긍정적 논의 중"이라며 "하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wizkim61@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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