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2년 만에 나타나 딸 '유족급여' 타낸 생모…양육비 지급 합의
입력 2020-06-25 14:12  | 수정 2020-07-02 15:05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1억원에 가까운 '유족급여' 등을 타낸 생모가 법원 판결대로 양육비 7천7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양육비 청구는 부당하다"고 항변하던 생모는 여론이 나빠지자 양육비를 지급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순직한 소방관의 아버지 63살 A씨 편에서 전 부인 65살 B씨를 상대로 한 양육비 청구 소송을 맡은 강신무 변호사는 오늘(25일) "B씨가 항고를 포기하고 최근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의서에는 상대방(B씨)이 청구인(A씨)에게 6월 28일까지 4천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3천700만원은 5년(60개월)간 매달 61만7천원씩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B씨는 현재 순직유족연금(매달 91만원)을 받고 있는 계좌를 A씨에게 공개해야 하며 계좌를 변경할 경우 A씨의 법률대리인인 강 변호사에게 즉시 통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계좌 공개의 경우, 연금을 받는 계좌가 압류되면 타 계좌로 변경해 공개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려 있습니다.

이런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합의서는 무효이며 합의 이행 후 판결에 대한 일체의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도 명시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판결 이후 B씨는 '내가 왜 이 돈(양육비)을 줘야 하느냐'고 따지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며 "B씨도 변호사 측과 상의해보고서 여론이 좋지 않아 합의서 작성에 동의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와 B씨 사이 소송은 지난 12일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가 B씨에게 양육비 7천700만원을 지급을 명령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청구인(A씨)은 상대방(B씨)과 1988년 이혼 무렵부터 자녀들이 성년에 이르기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은 청구인에게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소송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씨의 딸(사망 당시 32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32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생모 B씨가 갑자기 나타나 유족급여와 사망급여 등 8천만원이 넘는 돈을 챙겨가자 A씨가 제기했습니다.

B씨는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은 데다 부모로서 그간 어떠한 역할도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A씨는 B씨와 갈라선 이후 배추·수박 장사 등 노점상을 운영하며 어렵게 어린 딸을 양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사혁신처는 A씨 딸이 소방관 업무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뜬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해 11월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습니다.

인사혁신처의 의결을 이행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비슷한 시점에 이를 B씨에게 알리면서 돈이 지급됐습니다.

B씨는 공무원재해보상법 등에 따라 순직유족급여 6천만원과 일반사망급여 1천400만원, 순직유족연금 월 91만원씩 5개월분 등 8천1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된 가수 고(故) 구하라 씨 유산을 둘러싼 구씨 오빠와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의 연장선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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