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CC, 외환銀 가격인하에 정부관여 판단한듯
입력 2020-06-24 17:36  | 수정 2020-06-24 19:57
◆ 론스타분쟁 새국면 ◆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론스타가 우리 정부와의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근거로 보는 것은 하나금융과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 판결 내용이다. 론스타는 이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재판부는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에 가격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정부의 의도를 반영해 가격을 낮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낮춘 책임이 하나금융이 아닌 정부 측에 있는 만큼 정부가 이 부분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론스타 측은 ICC 중재 판결 내용이 ISD 소송에도 증거로 채택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관계자는 "ICC의 판결을 근거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인 시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최종 판결이 나온 ICC 중재 소송은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100% 승소했다. 다만 판결문 내용과 관련해서는 하나금융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지금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ICC 재판부는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에서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승인받기 위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가격을 낮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ICC 재판부는 △증언의 일관성 △하나금융 측 가격 인하 요청의 자발성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 △금융위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판결 이후 인수 승인 보류 등 4가지 측면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언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론스타 측 증언이 일관됐지만, 하나금융 측 증언은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는 전언이다. 또 하나금융 측이 '상업적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에 포함됐을 것으로 국제중재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가 대법원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판결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률상 매각자(론스타)보다 인수자(하나금융)의 요건을 따져 봐야 하지만, 하나금융에 결격 사유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가 2011년 11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유죄로 론스타에 지분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하나금융의 지분 인수 승인을 보류했다는 부분도 재판부는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ICC 중재 재판부의 판단이 ISD에도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론스타 측은 "이미 ICC 중재 판결문은 ISD 증거로 채택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측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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