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박에 200만원?…제주 숙박요금 '바가지 논란' 알고보니
입력 2020-06-24 15:23  | 수정 2020-07-01 16: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관광이 숙박요금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신라와 롯데 등 제주의 일부 특급호텔이 여름철 극성수기를 맞아 숙박요금을 1박당 80만원대, 고급 펜션의 경우 1박당 200만원대의 높은 가격으로 손님을 맞으면서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탕주의를 노리는 일부 숙박업체의 바가지요금을 묵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제주 관광이 코로나19 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이같은 바가지 숙박요금 논란에 대해 숙박업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바가지 논란이 일자 해당 호텔과 펜션 등에 찾아가 사실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우선 문제가 된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특급호텔 숙박 가격의 경우 조식 뷔페와 여름 스페셜메뉴, 유료 키즈클럽 이용권 등 다양한 혜택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 가격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은 특급호텔에서도 현재 가장 비싼 상품으로, 작년과 비교할 때 가격을 올려받지도 않았습니다.


특급호텔의 가장 저렴한 상품을 보면 성수기인 8월 24∼25일 1박의 경우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한 공시가격(60여만원)보다 현재 약 50% 할인된 가격(30여만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200만원대의 고급 펜션은 125평(413.2m), 4층 규모의 독채 풀빌라로 성수기 요금을 적용한 가격이었습니다.

도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호텔 예약사이트를 이용하고 있고, 롯데와 신라호텔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바가지요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안된다"며 "현재 일고 있는 제주의 숙박 바가지 논란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제주도 숙박업계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3년에 한 번씩 등급심사를 거치는 한 3성급 호텔의 경우 8월 초 투숙 객실 가격은 현재 6∼7만원 수준입니다. 7∼8월 예약률은 30%에도 못미칩니다.

도내 대부분의 2∼4성급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펜션업계는 더 힘든 상황입니다.

20평형 펜션의 경우 하루 요금이 성수기엔 15만원 수준이지만 지금은 그 절반 가격도 못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관광객들이 숙박 예약사이트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요즘에는 숙박 당일 또는 2∼3일 전에 직접 업체에 전화를 걸어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병섭 제주도관광협회 관광호텔분과 위원장은 "고객에 따라 중저가 호텔을 원할 수도, 최고급 호텔을 선호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모든 숙박업소들이 비싼 요금을 받는다고 하면 '바가지' 요금이라는 지적이 타당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30∼40년 관광업에 종사하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접한 적이 없다. 근거 없는 과도한 지적은 지양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제주에 바가지 요금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의 바가지 요금 문제는 언론과 관광 전문가 등으로부터 수십년간 제기돼 온 제주관광의 고질병입니다.

제주관광공사는 2019년 한 해 동안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의 제주여행 행태와 소비실태, 제주여행에 대한 평가 등을 조사한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국가승인통계) 결과를 통해 관광객들이 제주의 비싼 물가를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남녀 1천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결과를 보면, 제주여행에서 불만을 지적한 내국인 관광객 54.9% 중 39.0%가 제주의 물가에 대해 불만을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2030세대 사이에 제주지역 음식점과 카페 물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지적 이후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음식 가격을 낮추는 '착한가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 소속 음식점과 한국외식업중앙회 서귀포시지부 업소 등 100여개 음식점에서 음식가격을 할인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는 일부 업소에서 유발한 제주관광 바가지 논란이 자칫 제주 관광 업계 전체의 문제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숙박비와 음식값 등을 둘러싼 바가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광업계와 제주도가 함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 관광의 눈높이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게 설정하고, 스스로 개선해야할 때"라며 "제값을 내고 그에 맞는 대접을 받는 제주관광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관광객과 관광업계, 지역주민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공정관광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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