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70년 전 6·25, 박물관은 `또 다른 전쟁`을 치렀다
입력 2020-06-24 14:59 
6·25 전쟁 때 깨어진 청화백자.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깨진 도자기의 파편은 보통 전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몸통이 날아간 도자기의 파편이 온전한 도자기보다 더 커다란 의미를 획득할 때도 있다. 전쟁의 상흔을 온몸으로 품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빠졌던 문화재를 조명하는 테마전 '6·25전쟁과 국립박물관, 지키고 이어가다'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문화재는 전시에 깨어진 청화백자 한 점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기록된 이 청화백자의 유물카드에는 채홍염부용문병(彩紅染付龍文甁)이라 적혔다. 붉은 빛이 나는 동화나 철화 안료로 무늬를 그렸다는 뜻이다. 김동우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는 "6·25 전쟁 때 이 항아리의 몸통이 없어져버렸고 현재 남은 부분에는 붉은 무늬가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구해낸 관세음보살상.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미군이 구해 후대에 전한 불상 한 점도 전시의 급박한 상황을 증거하는 유물이다. 고려 말기 내지 조선 초기에 등장한 관세음보살상은 6·25전에 참전했던 찰스 F. 슈미트란 병사가 철원 소재 사찰의 스님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귀국시 가져갔다가 1999년 반환한 불상이다. 제작 당시 원나라에서 유행했던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장식이 상당수 붙은 점이 특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고(故) 김환기의 작품 '돌'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던 국립박물관이 현지에서 개최한 제1회 현대미술작가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전통적인 회화의 소재였던 괴석을 다루면서 현대적 미감을 살렸다. 전쟁 속에서도 한국의 미술문화를 알리고자했던 박물관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경주 서봉총에서 1926년 출토된 신라 5세기 금관은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부산으로 피란을 떠났다. 이후 1954년 봄, 한국 문화재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일어나고 전시에도 무사히 보관된 이 금관은 1957년 미국 소재 8개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된다. 당시 찾아보기 어렵던 컬러 사진이 포함된 호화판 도록이 이색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박물관이 현재 휴관된 만큼 온라인 전시로 우선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70년 전 포화 속에서도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가려 했던 이들이 있었다. '또 다른 전쟁'을 치렀던 그들이 없었다면 이 땅의 문화가 얼마나 척박했을까를 이번 테마전에서 상상해보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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