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에 뜬 아바타] 소개팅·여행·쇼핑 등 아바타 너 어디까지 해 봤니?
입력 2020-06-24 14:22  | 수정 2020-06-24 15:14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은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지만,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을 한다. 휠체어도 필요 없다. '레디 플레이 원' 속 주인공은 빈민촌을 떠나 가상현실(VR)에서 시간을 보낸다. 로그인을 하는 순간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만일까.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영화 속 혹은 먼 미래의 얘기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나를 대신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아바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란 기술을 만난 아바타는 그야말로 상상 속 일들을 하나둘씩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점프 VR 마이룸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모습. [사진 제공 = SK텔레콤]
◆스타들의 부캐놀이? 난 VR·AR과 만난 아바타로 소통
요즘 방송가에선 '부캐' 놀이가 인기다. 부캐는 딸려있다는 뜻의 접미사 '부'에 캐릭터를 합친 말이다. 스타가 원래 지닌 캐릭터가 아니라 또 다른 캐릭터를 의미한다. 그런데 스타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사실 오래 전부터 온라인 속 아바타를 통해 부캐놀이를 즐겨왔다.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거나 혹은 전혀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같은 놀이의 목적은 다름 아닌 '소통'. 코로나19 발생 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커지자 아바타를 통한 소통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소셜 VR'이 소통하는 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킨다. 소셜 VR이란 개인이 아바타를 생성해 다른 가상주체와 가상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도 하는 3차원 VR 플랫폼 기술을 말한다. 과거 싸이월드 속 1차원적인 아바타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더욱 실감난 아바타 구현이 가능해졌다.
점프 VR 클럽룸 안에서 커뮤니티 활동. [사진 제공 = SK텔레콤]
SK텔레콤의 '버추얼 소셜 월드'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통신사 중 유일하게 소셜V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아바타, 가상공간, 활동이 결합된 초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다"며 "이용자들은 버추얼 소셜 월드에서 분신 역할을 하는 아바타의 머리 스타일, 눈·코·입, 복장 등을 꾸미고, 개인 공간인 마이룸에서 VR영화를 보거나 동물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이용자와 여러가지 테마를 지닌 가상공간에서 만나 소통을 나눌 수 있다. 클럽룸에서 DJ가 돼 다른 이용자들과 신나게 춤을 추거나 카페룸에서 가상의 커피를 앞에 두고 소개팅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각각의 테마룸에 모여 음성·문자 채팅으로 관심사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네이버]
'제페토'도 요즘 뜨는 아바타 서비스 중 하나다. 제페토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3D 아바타를 생성해 소셜 활동을 즐기는 AR 아바타 서비스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제페토는 2018년 출시돼 현재 글로벌 누적 가입자는 1억4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신규 가입자가 94% 증가했고, 전세계 37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페토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 이용자 중 80%가 10대를 차지할 정도로 10대들 사이 호응도가 높다. 아바타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게임 등 액티비티 요소를 즐기며 소통할 수 있게 한 요인이 크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네이버Z는 자체적 아바타 플랫폼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제공 = 티오]
◆코로나19로 발묶인 나를 대신해 여행·쇼핑하는 아바타
아바타 적용 사례는 단순 놀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바타 여행 시대' 역시 도래하고 있다. 핀란드의 가상현실 회사인 조안(Zoan)은 핀란드 랩듀오 JVG와 함께 지난 4월 30일 '가상 헬싱키' 원로원 광장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DJ파티를 열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아바타 관중의 수만 모두 15만명에 이른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에서든 헬싱키로 입장할 수 있게 한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상 헬싱키는 이미 지난 2018년 만들어졌다. VR을 통해 헬싱키를 관광할 수 있도록 한 가상 도시 솔루션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아바타 여행의 성지처럼 각광을 받는다.
방문자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세네트 광장을 방문하고 헬싱키 길거리를 마음껏 다닐 수 있다. 평소 사전예약과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을 온라인 상에서도 얼마든지 360도로 둘러 보는 일도 가능하다.
가상 헬싱키. [사진 제공 = 조안(Zoan)]
코로나19로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동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물리적으로 여행이 불가능해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해외 여행을 간다는 것은 건강과 맞바꿔야할 정도로 심리적으로도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가상공간 속 아바타는 얼마든지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 나를 대신해 아바타가 유명 관광지에 가고, 그곳의 풍광을 즐기며 유명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이상은 낯설지가 않다.
뿐만 아니라 나를 대신해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1~2년 전부터 국내 유통·패션기업들은 앞다퉈 아바타를 활용해 3D 가상피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론 당시 수요 대비 비용이 크게 들어 계속 유지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아바타 쇼핑이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현대홈쇼핑이 2018년 당시 제공한 VR피팅 서비스 화면. [사진 제공 = 현대홈쇼핑]
과거와 달리 VR·AR을 활용, 유통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실제 상점 안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고, 보다 정교해진 아바타를 통해 쇼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경제적 활동에 일조하는 아바타 역할에 주목해 지원을 적극 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가상공간에서 개인 아바타를 생성, 3차원 의상을 입고 가상 피팅이 가능한 VR 쇼핑몰 개발에 총 23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인·기업이 VR·AR을 활용해 일하고, 놀고, 소통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VR·AR 시대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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