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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하라 전남친 무죄 선고 판사, N번방 사건 맡았다 결국…(`PD수첩`)
입력 2020-06-24 09:0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MBC ‘PD수첩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상반된 성범죄 판결들과 성범죄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다뤄 관심을 모았다.
23일 방송된 'PD수첩'에서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을 비롯, 세간에 화제가 된 성범죄 판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다뤘다.
최근 N번방 사건 담당 A 판사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A 판사가 고(故) 구하라 재판에서 그녀의 전 남자친구 최 씨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이라며 판사 변경을 요청했다. 게다가 과거 A 판사는 배우 고 장자연 성추행 사건 ‘무죄, 성노예 게임사건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A 판사 본인이 재배당을 요청하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는 A 판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전체 성범죄 판결의 41.4%는 집행유예를 받았고, 전체의 71.6%는 실형을 면했다.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했던 손정우는 국내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았지만, 미국이었다면 최소 15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성범죄 가해자들의 형량을 감경하는데 가장 큰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다. 스태프 성폭행,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강지환 역시 피해자와의 합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합의가 진행됐음에도 강지환 측은 항소심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합의가 사죄의 의미긴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30년 만에 드러나 한 마을의 교회 목사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건 재판 1심에서 목사는 8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피해자는 가해 목사의 아내로부터 집요한 합의 요구를 받았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발되자, 가해 목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돈으로 해결되는 합의. 심지어 범죄자들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 더 창의적인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진지한 반성은 판사들이 감형의 이유로 판시할 때 빼놓지 않는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반성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에 향해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판사가 판결할 때, 합의가 용서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돈으로 이뤄진 것인지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입을 모았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판결은 이외에도 더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술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본인의 가치관을 재판 중에 공공연하게 피력한 판사도 있었다. 권인숙 의원은 평소 여성에 대한 재판부의 생각이 판결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성범죄 판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작진은 만난 활동가 중 한 사람은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성범죄전담재판부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선진국들은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고 올해 12월까지 더 높은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양형기준만을 고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방송 말미 ‘PD수첩은 근본적인 문제는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있고, 사법부가 시대의 조류에 맞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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