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 美나스닥으로부터 2차 상폐 통보받아 주가 급락
입력 2020-06-23 23:05  | 수정 2020-06-24 23:37

'나스닥 최단시간 상장 신화'를 쓴 중국 기업 루이싱커피가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부터 2차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2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주 나스닥은 루이싱 커피 측이 2019년 연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같이 통보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23일 뉴욕 증시 개장 초반 루이싱 커피 주가는 10%이상 폭락하며 출발했다.
루이싱커피 측은 공동성명을 내고 "가능한 빨리 연례 보고서를 제출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나스닥은 지난 달 19일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이유로 첫 상장폐지를 통보한 바 있다.
루이싱커피는 차이나 리스크를 분명히 보여준 가장 최근 사례다. 지난 2017년 10월 베이징 창업을 시작으로 2019년 5월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루이싱커피는 창업 이후 가장 빠르게 뉴욕 증시에 데뷔한 중국 기업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회계 부정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일, 루이싱커피는 뉴욕 증시 개장 전에 2019년 매출이 해당 연도 매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약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렸다는 점을 공표했고 주가 폭락 사태 속에 4월 7일부로 거래가 중단됐다. 작년 손실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 회계 부정 여파로 지난해 밝힌 1∼3분기 실적부터가 모두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5월 12일 첸즈야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됐고, 나스닥이 같은 달 19일 루이싱커피에 상장폐지를 통보했지만 루이싱커피 측 항변으로 청문회 기간이 주어지면서 5월 20일부로 일단 주식 거래가 재개된 상태다. 나스닥에서 청문회는 상장 기업 요청 후 30~45일 사이에 이뤄지는데, 이 기간 동안은 상장이 유지돼 거래가 가능하다.
이후 루이싱 커피 주가는 폭락 사태를 겪었다. 개인 투자자들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도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에 속은 대가로 주식 대량 '손절'에 나섰지만 거액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싱커피의 매출 부풀리기식 회계 장부 조작이 탄로난 결과 주가가 90% 폭락한 여파다. 지난 16일 블룸버그는 크레딧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이 루이싱커피에 속아 '마진 대출'(margin loans) 형식으로 돈을 빌려준 대가로 대략 3억 달러(약 3642억 원)를 손해 볼 위기에 놓였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은행들이 루이싱커피 주가 영향을 받는 이유는, 이들 은행이 루이싱커피의 성장성을 보고 '마진 대출'형식으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마진 대출은 주택 담보 대출과 비슷한 형식으로 은행들이 대출 기업의 주식 등 유가 증권 가치를 평가해 대출 해주는 식이다.
미국 워싱턴DC 정가에서는 루이싱 커피 회계 부정 사건을 계기로 중국 기업 회계 감시 강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루이싱 커피 사태 등을 겨냥해 "미국 투자자들은 회계 부정을 일삼는 중국 기업에 주의해야한다"면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나스닥의 상장규제 강화 조치가 전세계 거래소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압박에 들어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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