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년새 환매중지 펀드만 3조원…자본시장 신뢰 위기에 칼 빼들어
입력 2020-06-23 20:22  | 수정 2020-06-23 23:04
◆ 사모펀드 전수조사 / 지뢰밭 된 사모펀드 (上)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낸 이유는 지난 1년 새 각종 사건사고로 환매중지가 된 펀드 금액만 3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팽창한 부작용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육성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금융회사 WM(자산관리)의 적극적 활동과 함께 사모펀드 시장은 5년도 되지 않아 2배 이상 늘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200조원이던 사모펀드는 이달 22일 기준 420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운용사들의 모럴해저드,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에 대한 개방형 구조 펀드운용, 해외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등으로 환매가 연기된 펀드 규모만 해도 3조원에 달한다. 작년 10월부터 환매연기에 들어간 라임자산운용 판매액이 1조7000억원 수준이고 올 1월 환매 연기된 알펜루트자산운용 펀드는 총 2296억원이다. 여기에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펀드는 4276억원,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도 1528억원이 된다. 또 지난주 환매 중단에 들어간 옵티머스펀드 384억원을 더하면 총 2조7000억원이다.
만약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옵티머스펀드 잔액 5000억원이 환매 연기된다면 이미 언론상에 등장한 환매연기 사모펀드 규모만 3조2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일부는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환매연기 및 원금손실 펀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까닭으로는 운용사, 판매사, 신탁사 및 사무회사 모두 여전히 위험관리 기능이 미흡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단 사모 자산운용사들이 200개가 넘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리스크관리보다는 고수익 또는 규모확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고 판매사 역시 운용사들을 면밀히 검증하기보다는 인기 많은 펀드를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에선 펀드의 트랙레코드나 운용철학을 면밀히 보기보다는 '이 운용사는 내가 키웠다. 내가 너희도 키워줄 수 있다'는 식으로 판매사들에 잘하는 운용사 펀드를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행 자본시장법하에서는 신탁사나 사무관리 회사가 운용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도 별로 없다. 자본시장법 247조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 약관에 어긋나는 경우 신탁사가 이를 확인하고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사모펀드에 한해서는 특례조항으로 이를 면제하고 있다. 판매사는 펀드 판매 수수료에만 급급했고, 운용사는 판매사 구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면서도 막무가내 운용으로 시장에서 일탈이 발생한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성장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능력이 한계에 이른 점이다. 특히 사전 서면점검에서부터 현장검사와 제재로 이어지는 과정은 사실상 2년 이상이 걸리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인지부터 제재를 통한 시정조치가 하세월이 걸리는 동안 불법적인 사모펀드운용은 이미 수조 원대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라임사건도 1년이 지났지만 제재의 시작인 제재심의위원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자산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가교운용사를 설립한 뒤 본 제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진 대응에 비판이 일고 있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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