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기업은행서 쓴 법률 자문비용 등도 1,021억…경영진 책임은 0명
입력 2020-06-23 19:26  | 수정 2020-06-23 20:36
【 앵커멘트 】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지난 2011년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해 미 당국에 1천억 원의 벌금을 냈는데, 대응 과정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벌금 외에 법률 자문비용 등으로도 1천억 원을 추가로 더 써야 했는데, 당시 책임을 진 경영진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11년 기업은행 잠실트리지움 지점은 한 중소기업의 가짜 수출계약서를 믿고 수출대금 1조 원을 인출해줬습니다.

이는 달러화로 환전돼 기업은행 뉴욕지점 등을 통해 이란을 포함한 5~6개국으로 송금됐습니다.

불법적인 이란 송금은 미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대상이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겁니다.

결국 미 검찰과 뉴욕금융청이 수사에 착수했고, 1천억 원의 벌금을 내고 기소유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이런 내용은 언론에 보도됐지만, MBN 취재 결과 벌금 1천억 원 외에 추가로 미국 로펌 등에 법률자문 비용 등으로도 1,021억 원을 더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두 2천억 원 이상의 혈세가 나갔지만,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금감원 요구로 해당 지점에 법적인 책임만을 물어 최소한의 징계가 이뤄졌을 뿐, 경영진의 책임을 따져 묻는 절차는 아예 생략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사건 발생 전 뉴욕 지점의 한 직원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경영진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요구는 그대로 수용되지 않았고 묵살됐습니다.

▶ 인터뷰 : 김병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의 부재, 주인의식의 결여, 사건 수습에만 골몰하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 등, 그동안의 공공기관으로서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서…."

뉴욕 금융청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기업은행 시스템은 오히려 퇴보했고, 2016년 개선 합의도 했지만, 실제 시스템이 완전히 업그레이드 된 것은 2019년이라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기업은행 관계자
- "당시 기준으로서는 은행의 자원이나 비용의 효율적 배분 측면을 고려해서 그 정도 조치를 취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좀 더 많은 인력을 보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일이지만, 3년여의 임기 동안 가급적 일을 벌이지 않으려는 복지부동 문화는 좀처럼 바뀌질 않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MBN뉴스 김문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병문 기자,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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