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혈서` 논란 한양대서 학생-총장 대낮의 추격전
입력 2020-06-23 18:50  | 수정 2020-06-30 19:07

"오후 4시 50분, 총장님 뒷문으로 나갔습니다."
"5시 5분, 병원 앞에 총장님 차량 도착했어요."
23일 한양대 서울캠퍼스 신본관 주변에선 학생들과 김우승 총장 간 뜻밖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내부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김 총장의 동선을 공유했다. 이날 한양대 학생 300여명은 총장실이 위치한 신본관 앞에서 공동행동 시위를 열고 학교 측 불통 행정에 대한 사과와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한 한양대 학생은 "경비분이 'VIP 지나간다'는 말까지 하는 것을 봤다"며 "학생들과 대화하기가 싫어 도망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화여대에 이어 한양대, 경희대 학생들도 학교 측의 '불통·막말 논란'에 항의하고 선택적 패스제 도입과 등록금 환불 등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날 한양대 총학생회 교육정책위원회가 주최한 '한양인 공동행동'엔 주최 측이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사전에 준비한 좌석 150석을 훌쩍 뛰어넘는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들은 야외 시위에 이어 신본관 내부로 진입해 학교 측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초희 공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학교 본부의 모습에는 학생들을 위한 마음이 결여돼 있다"며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필요한) 각종 사안에 대해 다른 학교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송현정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도 "학교가 생각하는 교육이 대체 무엇인가. 공정성을 이유로 들어 600여명의 자가격리자가 발생했는데도 대면 평가를 강행하는 게 교육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경희대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의 총학생회도 오후 3시 동시에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을 열었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교 측의 소통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록금 환불 △학생 참여 보장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최인성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코로나19 발발부터 5월까지 총 74개의 요구들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진 건 15개 뿐이다. 학생들 요구에 학교는 대부분 어렵다는 등 불통으로 응답했다"며 "학생 요구 반영 않는 이유가 타당하면 받아들일텐데 대책 없이 거부만 하는 모습을 보여 학교 본부가 학생들 의견을 듣는지 의문이 커져만 간다"고 밝혔다.
남우석 문과대 부학생회장은 "바보가 아닌 이상 너무나 쉽게 부정행위 가 가능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며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대학 본부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선택적 패스제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에 오는 25일 총장, 부총장단, 교무처장단과의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이화여대 학생들은 22일 학교 측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록금 환불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연세대도 지난 18일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였고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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