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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보답하겠냐” 질문에…강정호 고개가 떨어졌다 “어리석고 무지했다” [현장스케치]
입력 2020-06-23 18:00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음주운전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정호가 두손을 모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서울 상암동)=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상암동) 안준철 기자
정말 어리석고, 무지했습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리석은 발언을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었다. 강정호(33)는 4년 전 자신이 내뱉었던 야구로 보답할 일밖에 없다”라는 말을 뉘우쳤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팬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이던 2016년 겨울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했던 이후 공식적인 사과는 처음이었다.
술 때문에 강정호의 야구인생은 꼬여버렸다. 음주사고 도주 이후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찰 조사를 통해 2009년과 2011년에 걸린 음주운전 전력까지 들통났다. 결국 ‘음주 삼진아웃이 적용돼 법원은 징역 8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징역형 선고에 미국 취업비자 취득에 문제가 생겼고, 2017시즌은 그대로 날렸다. 2018년 중반 피츠버그에 복귀했지만, 부진과 부상이 겹쳤다. 결국 지난해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방출했다.
갈 곳 없어진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로 돌아가야 하지만, 역시 음주에 대한 징계부터 받아야 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지난달 1년 유기실격, 300시간 봉사활동 징계를 냈다.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강정호는 징계가 확정된 뒤인 이달 초 미국에서 입국했다.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뒤늦게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따지고 보면 강정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강정호의 말과 행동이었다. 음주사고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야구로 보답할 일밖에 없다”는 말을 해 공분을 샀다. 잘못을 저질러도, 야구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삐뚤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이 될 정도였다. 복귀를 타진하면서 미국에 머물면서 워드프로세서로 작업한 사과문에 자필 서명만 첨부해 대리인이 대신 상벌위원회에 제출한 것도 불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이날 강정호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4년 전 자신이 했던 망언까지 사과해야 했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지금은 바뀌었냐는 질문에 강정호의 고개는 떨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지했고, 어리석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사님을 만나 회개했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가족과 팬들 부인에게 보답하고 싶다.”
그렇다면 왜 당시 그런 말을 해야 했던 강정호일까. 강정호는 과거 인성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야구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태해졌다. 스스로 좀 거만해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스스로도 야구할 자격있는지, 생각해봤다. 자격이 없다고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다. 가족과 팬들에게 미안해서 더욱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복귀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덧붙였다. 그래도 ‘왜 꼭 한국에서 해야 하나, ‘이기적이다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강정호다. 강정호는 동어반복이었다. 자신이 이기적이다라고 인정을 했지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최대한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보여주려 했지만, 표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야구로 보답할 일밖에 없다”는 말로 강정호는 많은 것을 잃었다. 4년 만에 후회한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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