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도체 독립운동에 소부장株 만세삼창
입력 2020-06-23 17:59  | 수정 2020-06-23 20:01
반도체 소재 국산화와 관련된 이른바 '기술독립 관련주'가 일제히 신고가 경신에 나서고 있다. 한일 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SK머티리얼즈가 국산 불화수소 양산을 발표하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23일 거래소에 따르면 SKC는 장중 주가가 6만4900원에 도달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종가는 6만2700원으로 전일 대비 0.8% 올랐다. 동진쎄미켐 역시 이날 장중 2만48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C와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기술 독립' 종목으로 꼽힌다. SKC는 올 하반기 반도체용 하이엔드급 블랭크마스크 시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블랭크마스크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은 아니지만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로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의 95%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블랭크마스크의 90% 이상을 일본에서 조달한다. 디스플레이 소재이자 일본 3대 수출 규제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독자 기술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 협력사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국산화를 진행 중인 업체다. 극자외선(EUV) 감광액 바로 전 단계인 반도체용 불화아르곤(ArF) 액침 감광액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최근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기술 독립주 강세는 SK머티리얼즈에서 촉발했다. SK머티리얼즈는 17일 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함께 일본 3대 규제 폼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양산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18일 주가는 장중 사상 최고가인 21만3300원을 기록했다. 22일에는 역시 불화수소 국산화 관련주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장중 3만515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주식들 강세는 작년 7월 이후 이어졌다. 일본은 작년 7월 1일 3대 규제 품목에 대해 포괄수출허가 대상에서 건별허가 대상으로 전환을 공식 발표했고, 우리나라를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무역 보복을 본격화했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세우고 예산, 세제, 규제특례 등 반도체 기술 국산화와 관련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수출 규제 3대 품목 중 일부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에 따라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1일과 지난 23일 종가를 비교하면 불화수소 국산화 종목인 솔브레인홀딩스는 97.57%, 동진쎄미켐은 95.78%, SKC는 60.36%, SK머티리얼즈는 26.69% 올랐다. 해당 기업들 실적도 작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연결 기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050억원, 2336억원으로 작년 대비 17.2%, 8.8% 오를 전망이다. 솔브레인홀딩스는 11.9%, SKC는 28.9%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다만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국산화 관련 대장주인 SK머티리얼즈가 양산을 발표하자 다른 종목 주가도 뜨고 있는 양상"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엔 아직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일부 품목은 여전히 국산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이사는 "불화수소와 블랭크마스크는 양산이나 기술 확보가 이뤄졌다"면서도 "EUV 관련 기술은 일본이 아직 절대적 강자로 국산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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