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점 많은 청약제도 `대수술` 필요…채권입찰제·생애최초 확대 목소리
입력 2020-06-23 17:56  | 수정 2020-06-23 19:48
◆ 투기판 된 청약시장 (下) ◆
'로또 청약'에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려면 청약 당첨으로 인한 과도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2030 청년 세대에도 기회가 열리는 방향으로 기존 청약 제도를 '대수술'해야 한다. 청약 제도가 당첨자의 개인적 부를 쌓는 수단이 아니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과 주거 안정이란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업계 일각에선 현행 청약 제도의 개선책으로 청약 당첨으로 누리는 시세 차익을 당첨자가 채권 매입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신규 아파트 청약을 받을 때 청약 희망자가 채권 매입 희망가를 써내면 금액이 높은 순서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일종의 경매 제도다.
2006년 판교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에 실제로 채권입찰제가 도입된 사례가 있다. 당시 판교 인근에 위치한 분당의 전용면적 145㎡ 아파트 시세가 9억원이었지만 분양가는 5억8000만원으로 결정됐다. 현 청약 제도대로라면 청약에 당첨되자마자 시세 차익으로 최소 3억2000만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단지에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면서 이 같은 로또 수준의 시세 차익은 발생하지 않았다. 청약 참여자 상당수가 당첨을 위해 채권 매입 상한액(2억3000만원)을 채워 입찰에서 써냈기 때문이다. 기대 차익인 3억2000만원 중 70%에 해당하는 2억3000만원을 정부가 환수한 셈이다.

정부가 채권입찰제로 거둬들이는 자금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임대·분양주택 건설자금, 주택구입자금, 전세자금대출 지원 등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된다. 결국 분양(청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운 좋게 당첨된 개인이 아니라 공공 주거 안정이란 공익에 쓰이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곧 도입될 분양가상한제가 공공 주거 안정이란 원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채권입찰제를 함께 도입해 거둬들인 돈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출이 불가능해 현금부자만 몰리는 강남 청약부터 채권입찰제를 우선 적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니 현금부자가 청약 당첨 시세 차익을 독점하는 것을 채권입찰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점이 부족해 청약에서 소외된 청년층을 위해 생애 최초 특별분양분을 늘려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현재 청약 제도로는 30대는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생애 최초 구입 특별공급 물량을 늘려 청년층·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에 불리한 청약 가점 기준과 계산식을 다양화하자는 의견도 많다. 현재 청약 가점은 세 가지 기준(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라 점수를 매겨 부양가족이 많은 중장년·노년층에 무조건 유리하다. 여기에 나이 혹은 해당 지역 거주 기간 등 다른 가점 요소를 추가해 다양한 주택에 대한 수요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청약 가점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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