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천·수원도 가점제…2030 `청포족` 속출
입력 2020-06-23 17:48 
◆ 투기판 된 청약시장 (下) ◆
"이제는 인천도 100% 가점제로 뽑으니 저 같은 가점 낮은 30대는 희망이 없네요. 대출한도는 줄어 구축 아파트는 살 수도 없고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평생 무주택자로 살게 될까 두렵습니다." 23일 인천에 사는 직장인 박동훈 씨(34)는 "서울에서는 (가점이 너무 높아서) 청약할 엄두를 못 내고 그나마 추첨 물량이 많은 인천으로 이사왔는데 소용없게 됐다"면서 "맞벌이여서 (소득 제한이 있는)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지원도 못 하고 일반청약은 물 건너갔다. 도대체 열심히 사는 30대에게는 정부가 왜 이리 박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인천·수원까지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수도권 대부분을 조정지역으로 묶은 6·17 대책 이후 청약 대기자들은 "규제지역 확대로 청약의 꿈이 멀어졌다"며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추첨제 물량에 기대를 걸고 있던 2030 청약 대기족의 허탈감이 크다.
비규제지역이었다가 단숨에 투기과열지구로 전격 지정된 인천 연수·남동·서구, 안산 단원 등 수도권 지역은 서울과 같은 수준의 고강도 청약 규제가 적용되면서 추첨제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투기과열지구는 전용 85㎡ 이내는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반면 비규제지역에서는 가점제 40%, 추첨제 60%를 적용한다. 85㎡ 초과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50%는 가점제로 뽑고 50%는 추첨제로 뽑는다.
비규제지역은 100% 추첨제로 뽑는다. 그동안 2030세대는 비규제지역으로 몰렸다. 하지만 청약을 기다리던 수도권에서도 가점제가 확대되자 2030세대는 '청포족'(청약 포기족)으로 돌아서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소형 평수는 전물량 가점제를 적용해서 가점이 낮은 2030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올해 서울 평균 청약 가점은 61점으로 4인가족 가장이 15년이상 청약저축에 가입하고 11년이상 무주택으로 살아야 받을수 있는 점수다. 게다가 당첨 가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 밀려난 2030은 수도권 저가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매입 연령별 비중에서 30대는 40대를 제치고 부동산시장 '큰손'으로 부상했다.
서울·경기 청약은 가점 때문에 언감생심이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30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라도 서울 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30대 청포자들이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기존 주택 매입을 서두르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7192건인데 이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7%(1만1414명)에 달한다. 이는 40대(27.3%)에 비해서도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30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매한 지역은 노원구(1359건)였고 강서구(813건), 성북구(741건)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6억원대 이하 매물이 많아 보금자리론(LTV 70%·최대 한도 3억원)을 이용해 매수할 수 있었던 지역이다.
6·17 대책 이후 불안감이 커진 30대의 아파트 매수 행렬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은평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30대 신혼부부 손님이 부쩍 늘었다. 더 오르기 전에 대출 나오는 9억원 이하 아파트라도 잡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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