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 전단 살포 `강대강` 대치 지속…기습 살포 강행에 경찰, 수사 의뢰로 맞불
입력 2020-06-23 15:29 
4개 대북단체를 사기 및 공금유용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한 경기도의 청사 전경. [사진 제공 = 경기도]

탈북민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3일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당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단을 기습 살포 했다고 주장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경기도 연천군, 포천시,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등 접경 5개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경기도는 체면을 구겼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5일로 공개된 살포일을 사흘 앞 당기고, 감시망이 느슨한 한밤중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입회원들을 현장에 투입하는 기습 작전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이 접경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민 등의 걱정을 고려한 듯 "대북전단에 독약이 묻었는가, 폭탄이 들어 있는가"라면서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민주평통) 접경지역 협의뢰 자문위원들은 이날 "주민 안전과 군사 긴장 해소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통의 인천과 경기도, 강원도의 12개 시·군 자문위원들은 이날 파주 임진각 평화의 종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적개심만 강화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위협하는 반(反) 인간안보 행위"라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북 전단 살포 원천 금지를 발령한 경기도가 제일 먼저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날 경기도는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순교자의 소리(대표 폴리현숙), 큰샘(대표 박정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대표 이민복) 등 4개 대북전단 살포단체를 사기 및 자금유용 등의 혐의로 경기북부경찰청과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수사의뢰서에서 경기도는 "이들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북한인권 활동으로 위장해 비용을 후원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모욕할 뿐 단체의 돈벌이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언론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형법상 사람을 속여 재물을 교부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사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국가안보를 해치는 불온자금 유입이 의심되며 후원금의 용처가 불분명해 횡령과 유용 등이 의심되는 등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통일부와 서울시에도 자유북한운동연합, 순교자의 소리, 큰샘 등 3개 단체에 대한 법인설립허가취소, 수사의뢰, 고발 등을 요청했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은 사단법인이 아닌 비등록 단체여서 법인 취소 의뢰 명단에서 제외됐다. 경기도는 ""(4대 단체의 활동이) 법인설립 허가 목적과 다르다"면서 "자체 조사 등을 통해 법인설립 허가취소, 보조금 환수, 수사의뢰, 고발 조치해달라"고 했다.
앞서 통일부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을 고발했다. 통일부는 두 단체가 북한에 물품을 보내려는 사람은 사전에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1990년 제정) 13조 1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북 전단이 교류 목적이 아닌데다 수신자를 특정하지 않는 물품이어서 승인 대상이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혀 국제 인권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정권과 바깥세상에 대한 실상을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이냐'는 질문에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한 활동이자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란 매우 어렵다. 인터넷과 인적 교류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정보 교환 방법이 있지만, 불행히도 북한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남북한 모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했다는 점이다. 이 규약은 정보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국경을 넘어 배포하고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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