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동차, 집, 지갑…아이폰으로 관리한다
입력 2020-06-23 14:46  | 수정 2020-06-24 15:37
아이폰의 다음 운영체제 iOS14에 탑재될 신기능인 위젯이 적용된 화면(좌)과 앱 라이브러리(우)적용 화면. [사진 제공 = 애플]

'당신의 차 키를 문자메세지로 친구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사고 싶은 물건에 폰을 갖다대 결제가 된다면?'
'집에 찾아온 손님을 폰이 알아보고 친구라고 알려준다면?'
자동차, 집, 지갑처럼 개인소유물들을 아이폰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애플 개발자대회(WWDC)를 통해 애플은 이같은 신기능을 담은 아이폰 운영체제 iOS14 등을 발표했다.
기존 아이폰 제품 사용자들은 iOS14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경우 자동차를 아이폰으로 열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사용해 자동차 문을 열 수 있게 되는데, 흥미로운 건 디지털 자동차 키이기 때문에 보안성이 일반 자동차 키에 비해 오히려 뛰어나고 공유하기도 쉽다는 점이다.
에밀리 슈버트 애플 시니어매니저는 "디지털 열쇠를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해 원격으로 파기시켜 버릴 수 있고, 공유하기도 쉬우며, 공유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재공유를 제한하는 등의)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아이폰과 연동되는 자동차에 한해서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내달 북미 시장 등에 출시되는 BMW 5 시리즈 2021년형부터 적용된다고 애플은 밝혔다.
다음으로 방문자들의 안면을 인식해 주는 기능이 iOS14에 들어온다. 현관벨이 울리면 아이폰에 알림이 들어오고, 카메라가 켜지면서 대문 밖에 있는 사람이 가족이거나 친구인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이다. 대문이 아이폰과 연결돼 있지만 카메라를 통해 손님을 확인한 뒤 폰으로 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또 한가지 iOS14 운영체제에서 기대되는 것은 '앱 클립'이라는 소프트웨어다. 10MB도 되지 않은 이 소프트웨어는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 등에 가져다 붙이면 '아마존고'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개별 빵들에 가격표 대신 QR코드나 '애플클립'이라는 것을 붙이면 손님들이 아이폰으로 이를 스캔해 그 자리에서 몇 초 안에 결제를 끝낼 수 있다. 손님이 아이폰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점원이 가격표 바코드를 찍고 결제한 뒤 영수증을 내어주는 절차를 없앨 수 있는 셈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앱 클립은 속도(빠른 결제)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상거래뿐 아니라 이커머스 상에서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경우 앱클립을 띄우기만 하면 즉각 결제가 이뤄진다. 한마디로 앱클립은 지갑을 여는 게이트 같은 역할을 하는 앱인 셈이다.
애플이 이처럼 자동차, 지갑, 주택 등과 같은 민감한 개인 사유재산들을 아이폰으로 열 수 있는 기능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체적 사생활보호와 보안 기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수억명의 아이폰 사용자 중 이 기능을 사용하다 데이터가 탈취되거나 사생활보호가 침해당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대형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다.

페더러기 수석부사장은 "(개인들이 애플 측에 제공하는) 데이터를 최소화하고, 서버로 전송하기 보다는 개인정보를 최대한 단말기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사생활보호의 철학을 애플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될 번역 앱을 새롭게 내놓았다.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를 기반으로 하는 이 번역앱은 아이폰 상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완벽하게 작동된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사용자가 입력하거나 말로 뱉은 문장을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서 텍스트로 보내주거나 음성으로 나오게끔 설정할 수 있다.
애플은 또 iOS14를 통해 화면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도록 하는 '위젯' 기능을 도입했다. 또 기존 아이폰에서는 수없이 많은 앱이 쌓이면 정리하기가 힘들었는데, 자동으로 앱을 그룹별로 묶어주는 '앱 라이브러리' 기능도 추가됐다. 애플지도 앱에서는 자전거 길찾기 기능이 추가됐다. 기존 아이폰에서는 전화가 오면 다른 앱 실행이 안됐는데, 이제는 상단에 전화가 오는 신호만 따러 떠서 이를 통해 전화를 받거나 수신차단을 할 수 있다. 동영상을 보다가 다른 앱을 실행하더라도 영상이 멀티태스킹 형태로 계속 재생되는 기능(PIP)도 iOS14에 탑재된다.
아이패드에서는 애플펜슬로 쓴 손글씨를 자유롭게 복사하고 붙여주는 기능이 도입된다. 또한 손글씨로 쓴 문자를 디지털로 인식하는 기능이 강화되는데, 예를 들어 검색창에 애플펜슬로 찾고 싶은 검색어를 써 넣을 수도 있고, 디지털로 쓰여져 있는 글자를 애플펜슬로 지우고 손글씨를 써 넣을 수도 있다. 애플워치에서는 손씻는 것을 감지하는 기능이 들어왔다. 일정시간(20초) 이상 손을 씻도록 안내해 준다. 귀가했을 경우에도 손 씻는 것을 잊지 말라고 애플워치가 안내해 준다. 달리기 등의 운동을 감지하는 기능은 기존에도 있었는데, 춤추는 것까지 애플워치가 감지해 준다. 하체와 상체의 움직임에 심장박동을 더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한편 애플은 맥북, 아이맥, 맥프로 등과 같은 PC 제품에 대해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일단 메인 프로세서 (CPU)인 반도체를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인텔 제품을 써 왔던 애플은 이제 자체적으로 설계한 '애플 실리콘'으로 맥북 등의 CPU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이날 밝혔다. 이미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가는 A12 칩으로 맥북의 신형 운영체제 '빅서'(Big Sur)를 테스트해 보고 있다. 각종 게임을 비롯해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돌려본 결과 큰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 애플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아이패드에서 가동되는 앱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맥북에서 실행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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