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러시아 선박 집단 감염에…항만 방역 체계 '구멍' 드러나
입력 2020-06-23 12:54  | 수정 2020-06-30 13:05

부산 감천항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하던 러시아 선원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확진자만 16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월 24일 22명 이후 하루 확진자수로는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이들은 하선하지 않았지만, 선박 안에서 상당수 국내 하역노동자와 접촉해 2차 전파에 따른 확진자 발생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선박의 부산항 입항 과정에서 검역이 허술했고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나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천933t) 승선원 21명 중 확진 판정을 받은 16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은 현재 61명입니다.

밀접 접촉자 중 1차 접촉자 34명은 A호에 올라 하역작업을 했던 부산항운노조원들입니다.

A호 인근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B호(3천970t)를 오간 수리공 6명, 도선사, 화물 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 수산물 품질관리원 소속 공무원 등 27명이 2차 접촉자로 분류됩니다.

시는 밀접 접촉자 모두를 자가격리하고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특히 두 선박을 오간 선박 수리공 6명을 우선 검사할 예정인데 결과는 이날 오후 나옵니다.

선박 수리공 중 확진자가 나올 경우 두 선박에 투입된 항운노조원의 무더기 격리 조치가 불가피해 감천항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방역 및 항만 당국은 우선 감천항 냉동수산물 하역작업을 25일까지 전면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B호에 있는 선원 21명에 대해서도 이날 진단 검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A호 러시아 선원 확진자 16명은 이날 정오 이후 부산소방재난본부의 25인승 구급 버스로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에 이송될 예정입니다.

확진자 16명이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으로 옮겨지면 병실에 개별 입원한 뒤 본격적인 치료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나머지 러시아 선원 5명을 A호에서 부산역 앞 임시 시설로 옮겨 격리하고 재검사할 예정입니다.

러시아 선원들은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부산시 확진자 누계(현재 147명)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의 검사 비용과 입원 치료비 등은 국제관례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됩니다.

A호가 부산항 입항 전 검역 당국에 선장이 일주일 전 발열 증상을 보여 하선한 점 등을 미리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검역 당국은 A호 검역 과정에서 검역관이 배에 타지 않고 전산으로 보건 상태 신고서, 검역질문서 응답지, 항해 일지 등 서류를 미리 받아 검토하는 전자 검역을 했습니다.

A호 측은 선원 발열 증상이나 러시아 현지에서 발열 증세를 보여 하선한 선장 등에 대해 전혀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검역 당국은 A호 측의 형식적인 신고 내용만 믿고 검역증을 내줬고 부산항운노조원이 배에 올라 하역작업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누적 확진자가 59만명을 넘어선 러시아 선박이 입항할 경우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검사하는 '승선 검역'을 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호 하역작업 중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항운노조원과 러시아 선원은 너비 1∼2m 정도인 선박 통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시로 지나쳤습니다.

배 밖으로 내려지는 화물 하역량을 세고 서로 숫자를 맞추느라 한국 화물 검수사와 러시아 선원도 수시로 접촉했습니다.

영하 20∼50도인 어창 안은 물론 선박 위에서도 러시아 선원과 국내 작업자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향후 러시아 선박이라면 검역관이 배에 타는 승선 검역을 무조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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