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단감염 러시아 선박 증상 신고 제대로 안해…검역 허점 드러나
입력 2020-06-23 11:28  | 수정 2020-06-30 12:05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된 러시아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하기 전 검역 당국에 증상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검역 당국은 러시아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검역 절차를 '전자 검역'으로 간소화해 검역증을 내줬지만, 우리 항만노동자가 배에 올라타 러시아 선원을 접촉하며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23일) 국립 부산검역소에 따르면 부산항에 들어온 문제의 러시아 선박에 항운노조원이 애초 탑승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검역소가 해당 선박에 대해 검역을 마쳤다며 검역증을 발부해 줬기 때문입니다.

검역 전에는 도선사 등 극히 일부를 빼고는 아예 배에 오를 수 없도록 검역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산검역소는 해당 선박의 러시아 선원들이 하선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전자검역'을 통해 검역을 완료했습니다.

전자검역은 검역관이 배에 타지 않고 전산으로 관련 서류를 미리 받아 도착과 동시에 검역증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보건상태 신고서, 검역질문서 응답지, 항해 일지 등이 있습니다.

러시아 선원 21명 중 집단 감염된 16명이 모두 무증상이라는 극히 드문 상황이 아니라면 발열 등의 증세가 있었을 텐데 이와 관련한 신고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주일 전 선장이 발열 증상을 보여 러시아 현지에서 내렸다면 현재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각 국가의 엄중한 방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런 점도 미리 알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당국의 허술한 검역도 이번 문제에 일조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러시아 선박이라면 검역관이 승선해 검사하는 '승선 검역'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배 위에서는 사실상 거리 두기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항운노조원과 러시아 선원은 너비 1∼2m 좁은 정도에서 수시로 지나쳤고, 화물 하역량을 세고 서로 숫자를 맞추느라 한국 화물 검수사와 러시아 선원이 수시로 접촉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항운노조원 또한 더운 날씨에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러시아 선원 중 10∼20% 정도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산검역소 한 관계자는 "이상이 없고 증상자도 없고 하선도 없다고 신고하는 경우 서류 절차에 의해 검역을 했는데 상황이 닥쳐보니 사전에 승선 검역을 해서 파악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적은 인원에 업무는 4배 정도 늘어난 상황이고 선박을 구분해 검역할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에서 들어온 선박이라면 향후에는 승선 검역을 무조건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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