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심상치 않은 미중갈등…하와이 회담 1주만에 美국무부 "中매체 4곳 선전기관 추가 제재"
입력 2020-06-23 11:22  | 수정 2020-06-30 11:37

미·중 고위급 회담이 1주일도 안된 시점에서 양국 갈등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인종차별 시위에 이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유행 조짐으로 분위기가 밝지 않은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관련 이슈가 새삼 불거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중국 관영매체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서고 미·중 협상 '매파'인사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은 끝났다"는 발언을 하는 가운데 온건한 '비둘기파'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먼저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무부의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중국 관영매체 4곳을 '외국 선전기관'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이 된 네 곳 매체는 중국 최대방송사인 중앙텔레비전(CCTV)와 관영통신사 차이나뉴스서비스, 최대 일간지 인민일보, 영자 신문 글로벌타임스다. 이번 국무부 발표로 총 9곳의 중국 언론사가 미국 제재를 받게됐다.
이번 제재는 앞서 3월 2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발표한 것과 내용은 유사하다. 해당 중국 언론사들이 미국 내 직원을 일정 수로 줄이고, 미국 내 인력·자산 관리·운영 현황을 국무부에 등록·보고하라는 식이다. 언론이 아니라 중국 정부 홍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외국 대사관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제재가 나온 시점은 지난 17~18일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중국 국무원이 하와이에서 대면 회동을 가진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당시 양측 회동에 참석했던 스틸웰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가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번 대화가 생산적이었는지 아닌지는 2주 정도 지켜봐야한다"고 다소 부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2일 멕시코의 피닉스TV를 향해 "앞으로 48시간 내에 피닉스TV 산하 피닉스 라디오의 중국어 방송을 중단하라"는 요청을 했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FCC는 "해당 중국어 방송은 중국 공산당 선동을 담은 프로그램을 담고 있으며 이 방송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로도 송출되기 때문"이라고 방송 중단 요청 이유를 밝혔다.
피닉스라디오는 중국 봉황TV 산하의 라디오 방송국 'XEWW-AM' 중국어 프로그램을 송출한다. 피닉스TV·라디오 스튜디오는 캘리포니아 남부와 접경지인 멕시코 바라 칼리포르니아에 위치해 있으며 접경지라는 특성상 XEWW-AM 중국어 프로그램이 LA와 샌디에이고 등 캘리포니아 남부로 흘러든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중국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2일 케일리 맥이너니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향해 '쿵 플루'(kung flu)라고 부른 것이 중국인 비하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발원지를 명확히 하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면서 "바이러스 용어를 가지고 언론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 참모진 내에서 미·중 협상과 관련해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꼽히는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이날 "NEC를 떠나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맡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해싯 선임보좌관은 지난해 중반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맡았다고 올해 초부터 NEC에서 무급으로 일해왔다.
다만 최근 들어 NEC에서 주요 참모진 한 명이 NEC를 떠난 데 이어 헤싯 선임보좌관마저 떠나면서 NEC 위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해석이 나온다. 커들로 위원장은 최근 연방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최근 미국산 대두 100만 톤(t)이상을 사들이는 등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비둘기파로 분류돼왔다.
한편 중국에 강경한 '매파'로 분류돼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이 발원했다는 정보당국의 확신이 굳어졌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다만 나바로 국장은 현지 온라인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오나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미·중 1단계)합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미·중 협상 중단 불안감을 잠재웠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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