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20 고졸성공 랜선 취업박람회] `고교 동아리란 이런 것`…클래스 다른 15개 동아리 서울SETEC 집결
입력 2020-06-23 09:48  | 수정 2020-06-23 11:10
22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0 고졸성공 랜선 취업대박람회`의 동아리 경진대회에 참가한 대성여자상업고 목공예 동아리 `꿈꾸는나무` 소속 학생들이 목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코딩·프로그래밍 동아리 '겜스'
"할머니·할아버지들께서 구직활동을 하실 때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습니다. 노인분들께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색상도 녹색 위주로 맞추고, UI도 최대한 편리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전북 완주군 한국게임과학고(교장 박병훈) 3학년 이준혁 군은 고졸성공 랜선 취업대박람회의 동아리 경진대회 부스에서 스마트패드로 모바일앱 '시니어잡'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군이 소속된 동아리 '겜스(게임+스마트앱)'는 노인들이 읍·면·동 지역단위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으로 앱 시니어잡을 개발했다. 동네 일자리 주선이 마을 단위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주로 이뤄지는 데서 착안했다. 지도교사 노정한 씨는 "지역단위 일자리 주선 활성화를 넘어 지역 문화 공유의 장으로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잡이 켜진 스마트패드 바로 옆 모니터에선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치매예방 게임이 재생되고 있었다. 게임 속 캐릭터가 발밑 놓인 주사위를 굴려서 장애물로 설치된 주사위와 숫자를 맞추면 목적지로 향하는 길목이 열리는 게임이다.
현재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이군은 앱 개발, 게임 개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만능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목표다. 이군은 한때 FPS게임 '배틀그라운드'에 심취해 프로게이머를 꿈꿨지만 게임은 '즐기는' 수준으로만 하고 자신이 직접 실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군은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과 누구든지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게임 제작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3D설계·3D프린터 동아리 '쌈디쌈디'
또 다른 부스 '쌈디쌈디(3D&3D)'에선 경기 평택시 동일공업고(교장 정기학) 2학년 황세현 군이 3D프린터로 제작한 인형과 생활용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동아리 이름에 '3D'가 2번 들어간 이유는 3D설계와 3D프린터를 공부한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업대박람회에 참석한 황군은 "올해는 '생활 속 3D문화'라는 콘셉으로 경진대회를 준비했다. 컵홀더처럼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3D프린터로 만들었다"며 "내년에 다시 참석할 수 있다면 그때는 더 발전된 물건을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황군은 "3D프린터를 활용해 창업하는 게 목표"라며 "3D프린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이 진로 계획을 세우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유성연 군은 "의류 쪽에 관심이 많다"며 "작은 단추를 3D프린터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섭 군은 "동아리에서 3D프린트를 공부한 것에 이어 나중에는 3D 그래픽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학구열로 인해 동일공업고에선 3D프린터가 항시 가동되고 있고, 3D프린터에서 잉크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 롤'은 1년간 100kg(1롤당 약 1kg)을 사용한다. 지도교사 김인식 씨는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직접 무언가를 만든다는 데서 즐거워한다"며 "고정관념을 뒤집어 생활패턴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식요리 탐구 동아리 '우마이'
이날 경진대회에서 참가자들의 시선을 '강탈'한 부스는 단연 경기 양주시 한국외식과학고(교장 이희빈)의 일식요리 동아리 '우마이(うまい·맛있다)'였다. 학생들은 동아리 지도교사인 김욱진 씨와 함께 육중한 냉동참치 1마리를 해체해 요리로 탄생시키는 칼끝 실력을 뽐냈다.
김 교사는 "'우마이'는 '맛있다'는 뜻도 있지만 '잘하다' '뚜렷하다'는 의미도 있다"며 "기본기부터 튼튼하게 다져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뚜렷하게 잘하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마이 소속 학생들은 주말에도 현업에 있는 셰프들에게 요리 특강을 들으며 멘토멘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올해로 동아리 설립 9년차를 맞았다"고 했다.
한국외식과학고 학생들에게 이번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식칼을 다루는 단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요리 실력을 주방이 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선보인다는 것은 여간 중압감이 느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학년 이예린 양은 자신의 손을 내보이며 "일식은 회를 뜨는 작업이 많다보니 날카로운 칼날에 손을 베이는 일이 많다"며 "일식을 배우는 학생들 중 손이 고운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양은 "상을 바라고 참가하긴 했지만 그동안 많은 선배·동기들과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온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전했다.
우마이 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이소민 양은 "학교에서 재료비를 지원해준 덕분에 이번 대회에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 나올 수 있었다"며 "호텔 등 일선 현장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는 동아리 선배들의 뒤를 잇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여고 칵테일동아리 `달그릇` [한주형 기자]
한국생명과학고 원예동아리 `로즈스토리` [한주형 기자]
◆전국 15개 고교 동아리 참가
이번 동아리 경진대회에는 경기, 강원, 충북, 경북, 전북,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15개 고교 동아리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서 쌓아온 기량을 겨뤘다. 3D프린터, 게임, 어플리케이션, 드론 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동아리뿐 아니라 조리·외식, 나무공예, 플라워디자인 등 다양한 동아리가 체험 코너를 마련해 랜선 너머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경진대회에서 교육부 장관 명의의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는 원예 작품을 전시하고 꽃다발을 즉석에서 제작하는 모습을 선보인 한국생명과학고(교장 신정숙) '로즈스토리'에 돌아갔다. 드론 군집 비행을 시연한 대구전자공업고(교장 최경묵) '꿈꾸는드론'과 통참치 해체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외식과학고의 일식요리 동아리 '우마이'가 각각 은상(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동상(교육부장관상)은 △김화공업고(교장 한세훈)-브레드팩토리 △대성여자상업고(교장 이경동)-꿈꾸는나무 △동일공업고(교장 정기학)-쌈디쌈디 △구미전자공업고(교장 이준우)-키네틱아트 △동광산업과학고(교장 최승대)-쿵떡쿵떡 △파주여고(교장 황대연)-달그릇 △동아마이스터고(교장 김용랑)-소크라동아리 등 7개 동아리에 수여됐다.
△경일관광경영고(교장 권영훈)-마스터클래스 △경기경영고(교장 유광호)-살롱테크닉반 △원주의료과학고(교장 이학노)-홀릭투바이오켐 △게임과학고(교장 김종관)-겜스 △경북공고(남호준)-발광 등 5개 동아리는 특별상(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상)을 수상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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