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6.25 때 목숨바쳐 싸운 참전용사 예우가 이등병보다 못하다?
입력 2020-06-23 09:29  | 수정 2020-06-30 09:37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6·25 참전용사들에게 지급하는 '참전 명예수당'(참전수당)이 지역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6·25 전쟁에 참여한 생존 유공자는 8만2001명이다. 이 중 70대는 40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80대 이상이라고 한다.
85∼89세가 5만774명으로 가장 많고 100세 이상도 118명에 달한다.
등록된 참전유공자 중 65세 이상은 매달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참전수당 32만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수당을 받는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수당이 0원부터 월 3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원희룡 지사가 있는 제주도는 80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매월 20만원, 65~79세 유공자에게는 월 9만원을 준다. 80세 이상 수당으로는 전국 광역단체 중 최고 수준이다.
경남은 80세 이상에 매월 12만원, 서울과 부산은 10만원, 대구·인천은 8만원을 지급한다.
광주광역시는 80~89세 대상 월 8만원, 90세 이상에게는 월 10만원을 준다.
대전과 경북은 매달 5만원, 강원은 3만원, 충북은 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는 연 1회 24만원을 준다. 반면 충남과 전남은 도 차원의 수당이 아예 없다.
지자체마다 재정 형편이 다른 만큼 참전수당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80대 고령인 참전 유공자들로선 "목숨 걸고 전쟁터에 나간 것은 똑같은데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릴 만 하다.
지자체별 참전 수당이 형평성 논란과 함께 지역별 서열화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자체가 책정한 참전용사 수당이 일반 병사들 월급보다 적고 1인가구 최저생계비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으로 이등병 월급은 40만8100원, 일등병은 44만1700원, 상등병은 48만8200원, 병장은 54만900원 수준이다.
반면 참전유공자 수당은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시의 30만원 지급이 최고 액수다.
특히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광역단체장들이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자체 재정살림에 비해 참전 유공자에 대한 지원이 인색한 편이다.
두 지자체가 청년세대에 집중적으로 선심성 행정을 펴는 것과 비교하면 지원 격차는 더 확연하다.
이재명 지사가 있는 경기도는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참전 유공자가 받는 연간 수당의 4배다.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도 만 19~34세 미취업 청년들의 구직활동 촉진을 위해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치를 주고 있다. 참전 유공자 수당의 2배가 넘는다.
이 지사와 박 시장으로선 고령의 참전용사들이 2022년 대권을 앞두고 표밭을 다지는데 청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도움이 안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표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오늘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있게 한 장본인들의 노고를 기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참전 용사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와 희생, 헌신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궜기 때문이다.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지적처럼, 당시 국군 20만명, 미군 5만5000명, 유엔군 1만명이 흘린 피가 대한민국의 땅과 하늘, 바다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일부 자자체장들이 정치적 이유로 참전 용사들에 대한 예우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70년 전 6·25 전쟁은 결코 '잊힌 전쟁'이 아니다.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 앞에서 우리가 안보태세를 확고히 하려면 무엇보다 참전 유공자들에 대한 배려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군 기강도 바로 서고 한치의 빈틈 없는 자주 국방도 앞당길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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