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용 수사심의위 나흘 앞두고 재계 긴장…"총수공백 위기 우려"
입력 2020-06-22 07:57  | 수정 2020-06-22 08: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운명의 한주'를 보내게 됐다. 이 부회장의 기소권고 여부가 판가름 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번 주 열리면서다.
22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오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이 부회장 등의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결정한다.
수사심의위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이와 무관하게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모두 받아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이 기소 여부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심의위 의견과 관계없이 검찰이 기소를 하면 삼성은 또 다시 경영위기 처한다. 그룹 차원에서 총수가 세워야 할 비전과 결정이 사라지며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물론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 무관하게 기소 강행할 수도
수사심의위는 26일 현안위를 소집해 이 부회장 등의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심의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일 이 부회장 변호인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지 약 3주 만에 열리는 셈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검찰에서 2018년 초 도입했다.
수사심의위는 대검 산하에 꾸려져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대검은 관련 지침에 따라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추첨으로 15명 위원을 선정해 사건을 심의할 현안 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들은 심의 기일에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검토해 기소 권고 여부를 판단한다.
논의를 마친 현안위는 기소 여부를 과반수 표결로 결정한다. 과반수가 동의해야 결론이 정해진다. 만약 찬성과 반대가 동수를 이룬다면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없는 것으로 종결된다.
결과는 심의기일 당일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 판단과 무관하게 기소 쪽에 힘을 싣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검찰이 도입한 개혁안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만만찮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만약 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로 검찰이 순조롭게 기소를 하더라도 수사기록 정리, 공소장 작성 등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달 중에는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재용 기소권고 여부, 삼성뿐 아니라 재계도 촉각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삼성은 총수 부재 리스크에 따른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물론,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M&A 투자와 신사업 진출 등이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의 집중 심리가 이뤄지면 매주 2~3회꼴로 재판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 준비로 기업 활동에 집중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이런 상황이 몇 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8년 2월까지 구속되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는 2년간 멈췄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 인수 결정 후 지금까지 대형 M&A가 전무했다. 9조3400억원을 들여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최대 해외 M&A 사례로 남아있다.
물론 그간 M&A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8년 7월 삼성은 빅스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포석으로 그리스의 TTS 기술 업체 이노틱스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지만 업계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인수금액이 약 57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실제 규모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M&A로는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지난해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로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이 같은 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나 M&A 등에서는 총수 결단이 중요하며,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신산업 투자가 어려워지고 기업의 중장기적 미래를 봤을 때 결코 긍정적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검찰 기소로 또 다시 총수 등에 대한 재판이 반복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결정이나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도 "이 부회장의 부재 시 M&A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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