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준호 "스코세이지, 70대에도 침 튀기며 작품 설명하는 열정 존경"
입력 2020-06-22 07:56  | 수정 2020-06-29 08:37
'봉준호 장르가 된 감독'의 저자 전찬일 평론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입에서 침이 튈 정도로 열정적으로 (본인 작품을) 설명을 하시는데, 눈에서 막 광채가 나는 거예요. 호기심에 찬 고등학생의 반짝거리는 수정체 눈의 느낌이 보여서 새삼 더 존경스럽더라고요."
봉준호 감독(51)이 미국 명장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만남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영화 평론가 전찬일이 펴낸 '봉준호 장르가 된 감독'(작가 펴냄·1만4000원)에서다. 그는 전 평론가와 지난해 7월 2시간 넘는 인터뷰를 통해 본인 작품 세계, 씨네필로서 영화에 갖는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봉 감독은 올 2월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후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내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었다"며 "그 말은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전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017년 뉴욕에서 스코세이지를 조우한 뒤 받은 인상을 회상한다.
"처음에는 차근차근 얘기하시다가 중후반쯤에 본인이 준비 중인 작품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감독은 천상 숨길 수가 없나 봐요.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일어나서 막 설명을 하시는 거예요. '이런 카메라 워크를 할 거고.' (중략) 그때 '나도 일어나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웃음)"
봉준호 장르가 된 감독. [사진 제공 = 작가]
전 평론가의 이번 저서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 탐구서다. 전 평론가는 "영화 보기 50년, 영화 스터디 38년, 영화 비평 27년 동안 한 특정 감독의 단편영화들을 이번처럼 깊이 있고 폭 넓게 파고들고 훑어 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플란다스의 개'(2000)에서부터 '기생충'(2019)까지 '봉준호 월드'를 심도 있게 읽어낸다. 봉 감독과 세 차례에 걸친 인터뷰, 대표작 리뷰, 그를 세계 다른 명 연출자들과 비교해둔 챕터 등을 훑다보면 독자 역시 세계 영화사에 남을 한 거장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전 평론가는 1993년 월간 '말'에 기고하며 영화 비평에 투신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프로그래머, 마켓부위원장, 연구소장으로 해당 영화제와 인연을 이어갔다. 전 평론가는 "봉 감독이 '내셔널 시네마'로서 한국영화의 100년사에서, 아시아영화사에서, 더 나아가 125년의 세계영화사에서 차지할 굵직한 위상들까지도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고 이번 책을 출간한 취지를 밝힌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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